9월 순교자 성월을 앞두고 병인양요·병인박해 160주년 기념 특별전이 서울 마포구 절두산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양화나루와 잠두봉 이야기’. 절두산순교성지는 지금의 양화대교와 잠두봉선착장 인근이다. 전시는 과거 한강 서쪽의 대표적인 나루였던 양화나루와 아름다운 경관으로 널리 알려졌던 잠두봉이 시대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지금의 성지가 된 과정과 의미를 조명한다. 이를 위해 양화나루와 잠두봉의 역사와 문화를 조선 시대 한강의 명승에서 사람들의 삶과 교류의 공간, 병인년의 역사, 그리고 오늘날 절두산순교성지에 이르기까지 다섯 개의 주제로 나누어 살펴본다.
탁희성 작 ‘한국천주교회 200년사 제21화 병인교난 양화진암 절두산’, 1969년.
제1부 ‘잠두봉, 한강의 명승’에서는 조선 시대 통례원 관리들의 모임 장면을 그린 ‘통례원 계회도’와 겸재 정선의 ‘양화환도’ 등을 통해 한강과 잠두봉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소개한다. 양화나루 일대는 넓게 펼쳐진 강물과 선유봉·잠두봉이 조화를 이루는 빼어난 풍광으로 예로부터 많은 문인과 화가가 즐겨 찾았다.
제2부 ‘한강의 관문, 양화나루’에서는 고지도와 문헌 자료를 중심으로 조선 시대 한양의 대표적인 나루였던 양화나루의 기능과 역할을 조명한다. ‘양화진’으로 기록된 이 지역은 한양 서쪽을 대표하는 나루로 사람과 물자가 오가던 교통의 요지였으며, 한양으로 향하는 길목인 만큼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3부 ‘물길을 따라 모인 사람들’에서는 김홍도의 ‘고기잡이’를 비롯한 회화와 생활 유물을 통해 한강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간 사람들의 생활상 및 물자의 유통을 살펴본다. 과거 양화나루와 잠두봉 일대는 전국에서 운반된 곡식과 생선, 서해안 일대에서 생산된 새우젓의 집결지였다. 또 세금을 실은 세곡선이 한양에 입성하기 전 마지막으로 머물던 나루기도 했다.
제4부 ‘병인년의 시련’에서는 1866년 시작된 병인박해와 병인양요 관련 기록과 유물을 중심으로 ‘누에 머리를 닮았다’ 하여 ‘잠두봉’이라 불리던 이곳이 ‘머리를 자르는 산’이라는 뜻의 ‘절두산’으로 불리며 한국천주교회의 순교지로 변모한 역사를 되짚는다. 뮈텔 주교가 병인박해 순교자들의 명단과 약전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치명일기(1895)」, 블랑 주교와 리델 주교의 인장, 병인박해 당시 잠두봉에서 많은 천주교인이 처형된 비극적인 모습을 담은 탁희성(비오) 화백의 그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제5부 ‘잠두봉에서 절두산으로’에서는 절두산순교성지와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이 조성되면서 오늘날 역사와 신앙을 함께 기억하는 공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사진과 영상 자료 등을 통해 조명한다. 1966년 병인박해 100주년을 기념해 절두산순교기념관 건립이 시작되며 성지의 모습을 갖추는 과정과, 이와 별개로 급변하는 한강 변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왼쪽부터 성모칠고묵주, 5단 묵주, 5단 묵주. 류수철 신부 고조부의 유품으로 병인박해 당시 체포되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수습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측은 “한강의 대표적인 나루였던 양화나루와 아름다운 명승 잠두봉에 켜켜이 쌓인 자연과 생활, 역사와 신앙의 기억을 되새기며, 관람객들이 하나의 장소에 축적된 다양한 시간과 이야기를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기간 인문학 강연, 역사문화답사 등 다양한 연계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