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예술가, <해바라기>의 작가 ‘빈센트 반 고흐.’ 그의 동생, 그리고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테오와 무려 75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은 덕분에 그의 깊고 진솔한 내면세계와 예술철학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27세에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그는 가장 가난한 자들인 농부, 광부, 매춘부 등에게서 하느님의 모습을 찾았고, 생을 마감한 37세에 이르기까지 무려 10여 년간 작품 제작에 온 열정을 쏟았습니다.
그의 팔레트는 처음부터 밝지 않았습니다. 초창기 고향 네덜란드에서 활동할 때는 갈색조로 어두웠는데, 아방가르드 미술의 중심인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인상주의’의 밝은 색채와 빛을 접하며 대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씨 뿌리는 사람>은 고흐가 프랑스 남부 아를(Arles)에 체류할 때 그린 작품으로, 보랏빛의 드넓은 양탄자가 깔린 듯한 밀밭 우측에 힘차게 걸어 나오며 씨를 뿌리는 농부가 있습니다. 멀리 후경에는 아직 수확을 기다리는 황금빛 밀밭이 지평선 너머 펼쳐지고 그 뒤로 강렬한 노란 태양이 눈부신데, 고흐는 그의 그림 속 ‘태양’은 다름 아닌 ‘하느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이같이 하느님이 허락하신 축복의 빛은 이 세상 어디 후미진 곳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고흐는 자신이 정신적 지주로 삼은 프랑스의 자연주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 1814~1875)와 같이 ‘일상에서 거룩함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진실된 신앙고백’이라는 신념을 함께 했습니다. <씨 뿌리는 사람>은 “사람은 자기가 뿌린 것을 거두는 법입니다”(갈라 6,7)라는 ‘노동의 숭고함‘의 교훈을 전해줍니다. 씨앗이 싹을 틔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수확에 이르기까지 바로 그 시작은 좋은 씨를 뿌리는 행위에서 시작됩니다.
그가 한 화가 친구에게 한 진솔한 고백은 그의 인간적이고 신앙적인 면모를 보여 줍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산다는 것, 생명을 주고 새롭게 하고 회복하고 보존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선하고 쓸모 있게 무언가에 도움이 되는 것, 예컨대 불을 피우거나 아이에게 빵 한 조각과 버터를 주거나, 고통받는 사람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는 것이라네.”
일상의 다사다난한 문제들을 풀어가며 살아가는 것이 고단한 우리 삶의 운명입니다. 고흐는 말합니다.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가득 담은 햇살을 받으며 이 세상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리고 이 귀한 삶을 얼마나 열정적이고 의미 있게 채워야 하는지….

글 _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