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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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하느님의 작품”… 서울서 다시 꽃핀 가경자 가우디의 영성

선종 100주기 서울서 대규모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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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성가정 대성전 3D 모형과 설계 도면. 후안 바세고다 노넬의 개인 아카이브에 보존된 도면은 부지의 초기 설계 구상을 기록하고 있다.


가우디재단 기획·신사하우스서 개막

친필 노트·도면·미디어아트 등 한자리



가경자 안토니 가우디(1852~1926)의 작품 세계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국내에서 열리고 있다. 바로 ‘가우디: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 전. 강남구 신사하우스에서 개막한 이번 전시는 선종 100주기를 기념해 가우디재단이 직접 기획했다.

가우디의 작품은 건축물인 만큼 국내에서 열렸던 기존 가우디 전시가 설계도면이나 모형물, 동영상 위주였다면 이번 전시는 재단이 소장한 원본 자료부터 공인 레플리카(복제물), 미디어아트까지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가우디의 친필 노트와 건축 도면, 주요 건축물에 들어간 타일 모델 등 원본 약 30점이 소개된다. 또 가우디재단이 공식 감수하고 승인한 레플리카 40여 점,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현지 건축물까지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다.

 
가우디의 다양한 건축물을 AI 인터랙티브로 확인할 수 있다.


5개 층 총 7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전시는 가우디가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부터 신앙과 자연을 반영한 건축 철학, 건축가로서 전성기, 바르셀로나 성가정 대성전(바실리카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까지 총망라한다.

이번 전시의 원제는 ‘Gaudi: Back to the Origins’. 가우디재단 측은 “형태와 빛, 돌을 자연의 뜻에 따라 빚어낸 가우디의 태도는 자연·영성·지속가능성, 그리고 아름다움의 힘이라는 가치로 이어진다”고 의의를 밝혔다. 실제로 가우디는 자연을 모방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작품’으로 보았고, 자연 속에서 건축의 원리를 발견하려 노력했다.

성가정 대성전 내부의 가지처럼 뻗어 나가는 석조 기둥은 플라타너스 나무에서 비롯됐고, ‘영광의 파사드’ 상부 탑 중 일부 꼭대기는 밀, 카사 바트요의 환기탑은 마늘의 모습과 닮아 있다. 전시 초반 가우디가 건축에 착안한 이들 자연물의 형태를 대형 레플리카로 제작해 비교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돼 있다.

 
버섯과 마늘 등 가우디가 자연물에서 착안해 건축에 적용한 사례.


아틀리에 공간도 흥미롭다. 가우디가 자연의 원리를 건축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다양한 도구와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직선을 비틀고 조작해 건축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곡선으로 구현한 원리가 인상적이다. 당시 3차원으로 완공된 모습을 미리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 입체시 안경의 원본도 전시돼 있다. 아틀리에 화재 이후 수습된 이 안경은 가우디가 직접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몇 안 되는 도구 중 하나다.

서울에서 볼 수 없는 현지 건축물은 AI 인터랙티브로 감상할 수 있다.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의 저택, 별장 엘 카프리초, 우주를 상징하는 돔을 만든 아스토르가 주교관, 자연과 이슬람 양식이 결합된 카사 비센스 등의 파사드에 손을 대면 건축물이 확장돼 완성된다. 가우디 건축 세계의 발전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성가정 대성전의 원본 도면과 3D 축소 모형도 선보인다. 현지에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대성전의 웅장한 모습과 17개의 탑이 지난 6월 완공된 중앙의 ‘예수 그리스도 탑’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가우디가 직접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입체시 안경.


1882년 ‘속죄의 성전’으로 시작된 성가정 대성전의 초기 설계는 건축가 비야르(Villar)가 맡아 전통적인 네오 고딕 양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1년 뒤 설계를 이어 받은 가우디는 고딕의 ‘플라잉 버트레스’를 ‘건물의 목발’이라며 거부했다. 또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완공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후대에 공사가 이어지도록 앞쪽 ‘탄생의 파사드’ 건설에 집중했다고 한다.

가우디는 성가정 대성전을 ‘살아 있는 유기체’로 구상했다. 자연의 요소를 반영해 육중한 벽을 없애는 대신 나무처럼 가지를 뻗어 건물을 지탱하는 경사 기둥 네트워크를 채택하는가 하면 스테인드글라스로 쏟아지는 빛의 변화에 따라 공간 역시 극적인 연출이 가능하도록 조성했다.

오늘날은 3D 스캔, 컴퓨터 제어 석조 기술 등 최첨단 장비를 총동원해 가우디의 구상을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함으로 실현하고 있다. 내부 장식 등을 포함한 최종 완공은 2034년을 목표로 한다.

 
가우디가 공동주택 지붕에 사용한 곡선 형태의 기와.


구엘 공원·카사 밀라·카사 바트요 등의 건축물 모형도 선보인다. 축소된 모형을 통해 전체적인 건축물의 구조와 그 안에 자연의 모습이 반영된 형태, 조각을 모자이크처럼 이어 붙인 가우디 특유의 트렌카디스(Trencadís) 기법 등도 확인할 수 있다. 곳곳에 십자가와 묵주, 복음서의 상징, 자연과 빛의 의미 등이 담겨 있다.

전체를 대형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공간에서는 좀더 몰입감 있게 이들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 현지의 가우디 건축물과 그가 자연에서 차용한 구조와 색감을 담은 이 동영상은 일본의 크리에이티브 컴퍼니 네이키드(NAKED)가 가우디재단과 협업해 제작했다.

 
가우디가 공동주택 창문과 문에 삽입한 원반 글라스. 자연광을 선명한 색채로 유도해 생동감과 독자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울 전시를 총괄한 가우디서울 조윤지(세레나) 대표는 “가우디가 직접 쓴 다이어리나 편지를 보면 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인간은 없다고 생각했다”며 “새로운 양식을 만든 건축가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신이 창조했고 우리가 이미 향유하고 있는 자연 안에서 신이 인간에게 주었던 것들을 더 느끼게 하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월드 투어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먼저 열린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33만 명이 관람했고, 아시아 및 유럽 주요 도시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10월 31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한편 전시가 열리는 신사하우스는 성당을 비롯해 여러 종교시설을 설계한 승효상 건축가가 기존 다가구 주택 두 채를 리모델링해 이번에 갤러리로 첫선을 보인 곳이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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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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