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윗의 무기. 돌팔매의 위력을 실험하는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가죽 주머니에 돌을 넣고 빙빙 돌리다가 날려 보낸다. 성경 속 돌팔매 부대는 마치 오늘날 특수부대같이 그려지기도 한다. “왼손잡이 정병 칠백 명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머리카락 하나 빗나가지 않게 맞히는 돌팔매꾼이었다.”(판관 20,16 참조)
병기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금속 갑옷 목표물이 파이는 수준을 넘어 잇따라 관통됐다. 실험자는 경악스럽다는 표정으로 농담을 던졌다. “진정한 용기를 지닌 이는 골리앗에 맞선 다윗이 아니라, 저 무시무시한 돌팔매를 든 다윗과 맞선 골리앗입니다.”
최근 애니메이션 〈다윗〉을 보며 그 말이 떠올랐다. 2025년 북미에서 개봉돼 올여름 우리나라 극장가에도 상륙했던 작품이다. 처음에는 그저 어린이용 만화라고 생각했는데, 익히 아는 이야기임에도 두 사람이 맞서는 순간에는 긴장감과 박진감이 흘렀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은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화가와 조각가들은 이 역동적인 서사를 붓으로 그리고 끌로 새겼다. 그런데 이를 음악으로, 그것도 가사가 있는 성악곡이 아닌 건반악기만으로 형상화한 사람이 있다. 바로 독일 작곡가 요한 쿠나우(Johann Kuhnau, 1660~1722). 그는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바흐에 앞서 칸토르를 지냈다.
그가 1700년 출판한 「성서 소나타」는 여섯 편의 소나타에 성경 이야기를 붙이고, 악보마다 설명을 곁들여 음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독자가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그중 제1번이 〈다윗과 골리앗의 결투〉로 총 여덟 장면으로 이뤄져 있다. 첫 장면부터 골리앗의 거드름이 대단하다. 낮은 음역에서 길고 짧은 음이 번갈아 울리는 부점리듬이 등장한다. 느긋하고 묵직한 걸음으로 위세를 부리는 듯하다. 쿠나우 자신도 서문에서 골리앗이 콧김을 내뿜고 발을 구르는 모습을 낮고 도전적인 음형으로 작곡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거인을 보며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음악은 가단조로 옮겨가고, 쉼 없이 움직이는 반주에서 불안한 떨림이 느껴진다. 그 위로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는 선율이 흐른다. 다윗이 등장하자 분위기는 달라진다. 다장조의 3박자 선율은 목가적이고 낙천적이다. 거대한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어린 목동의 용기와 하느님을 향한 신뢰가 느껴진다.
마침내 두 사람이 맞붙는다. 저음에서는 골리앗의 육중한 발걸음이 들리고, 그 위로 16분음표의 빠른 움직임이 다윗의 날렵함을 드러낸다. 돌이 무릿매 끈을 떠나는 순간에는 빠른 음계가 위로 치솟는다. 반대로 골리앗이 쓰러지는 장면에는 음들이 급격히 아래로 떨어진다. 쿠나우는 악보에 다윗이 돌을 던지는 부분과 골리앗이 무너지는 순간을 일일이 표시해 놓았다.
필리스티아인들의 도주는 ‘푸가’로 묘사됐다. 푸가는 한 성부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른 성부가 그 뒤를 따라붙는 음악 형식이다. 푸가의 모방 기법을 실제 도망과 추격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 사용한 것이다.
여기서 골리앗의 허세는 부점리듬이 되고, 다윗이 던진 돌은 빠른 음계가 되며, 달아나는 군사들은 푸가 성부로 변한다. 악보를 읽다 보면 쿠나우가 얼마나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인물이었는지 느껴진다. 애니메이션 〈다윗〉의 결투 장면을 보고, 쿠나우가 그려낸 동일 장면도 들어본다. 화면은 사라졌지만, 건반 위에서는 여전히 두 사람이 싸우고 있다.

글 _ 박찬이 율리아나(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