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속 이야기가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그림으로 되살아났다. 오랜 세월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성경이 저마다의 시선과 표현 기법에 따라 다채로운 이미지로 펼쳐진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한길책박물관이 12월 31일까지 기획전 ‘찬란한 유산, 성경책’을 개최한다.
2026년 경기도박물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인류 역사상 가장 널리 읽히고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책 중 하나인 성경의 역사와 예술적 가치를 조명한다. 종교를 넘어 예술과 출판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쳐 온 성경을 ‘책 예술(book art)’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는 자리다.
전시는 독일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 프랑스 삽화가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é, 1832~1883), 유대계 화가 아벨 판(Abel Pann, 1883~1963)이 제작한 성경 삽화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성경 속 이야기가 시대와 작가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표현됐는지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뒤러의 작품에서는 세밀하고 치밀한 판화 기법이 돋보인다. 천사가 예수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잔에 받는 장면(요한 19,34 참조)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구원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사실주의적 전통과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영향을 결합한 뒤러만의 조형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근대 삽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도레는 극적인 빛과 그림자, 정교한 묘사로 성경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전시에서는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십계명을 받아 내려오는 장면(탈출 34,29-35 참조)을 비롯한 그의 성경 삽화를 만날 수 있다. 1866년 발표된 도레의 성경 삽화 연작은 장엄한 자연 풍경과 성경 속 사건을 사실적이고 역동적으로 그려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벨 판은 석판화 특유의 부드러운 색채와 서정적인 표현으로 성경 속 인물과 사건을 그려냈다. 해와 달과 별이 창조되는 장면(창세 1,16-18 참조)에서는 어둠 속에서 빛이 탄생하는 순간을, 선악과를 먹는 장면(창세 3,6 참조)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고뇌를 담아냈다.
또한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가 남긴 삽화도 볼 수 있다. 이들 작가의 작품과 함께 삽화가 담긴 고서 등 다양한 성경 관련 자료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책의 활자, 삽화 등을 통해 성경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제작되고 시각적으로 구현돼 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작품과 유물의 역사적 배경과 상징적 의미를 설명하는 오디오 도슨트도 마련됐다. 전시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과 체험 행사도 운영된다.
월·화요일 휴무.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6시.
※문의 031-943-9786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