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 입춘(2월 4일)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찬 바람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만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유난히 한파가 심했던 어느 날 경기도 파주의 자유로를 지나 연천 방향으로 향하다가 꽁꽁 언 임진강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얼어붙은 강물 위에 하얀 눈이 쌓인 채 굽이쳐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임진강은 휴전선 중서부 지역에서부터 흘러옵니다. 발원지가 북쪽의 강원도 법동군 용포리 두류산인데 개풍군 임한면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사이에서 한강과 만납니다. 6·25전쟁 전에는 개풍군이 38선 남쪽의 경기도였습니다만 전쟁 후에는 휴전선 북쪽에 위치하게 돼 행정구역이 황해북도로 바뀌었습니다. 강의 위치는 그대로인데 지나치는 곳의 행정구역이 전쟁 과정에서 바뀌어 버린 것이죠.
이러한 임진강은 서쪽 끝으로 흘러 강화도 교동도에서 한강 및 예성강, 그리고 염하(鹽河, 강화군과 김포시 사이 해협)와 합쳐집니다. 그곳을 한강 하구라 하고 1953년 정전협정 이전에는 조강(祖江)이라고 불렀습니다. 임진강을 바라보는 순간 ‘임진강’이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 노래는 원래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살다가 북쪽으로 넘어갔던 박세영이라는 사람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에 곡을 붙여 오늘날의 노래가 됐습니다.
가사를 보면 사람들은 남북을 오가지 못하는데 자유로이 넘나드는 뭇새들에 대한 부러움이 담겨 있습니다. 아울러 임진강에는 남북을 오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한이 실려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잠깐 소개하면,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내리고 뭇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 가니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로 돼 있습니다. 저는 이 노래를 재일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 영화 ‘박치기’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주인공 고스케가 이 노래를 여러 번 불렀는데 인상적이어서 기억을 하게 됐습니다.
이런 사연을 담은 꽁꽁 얼어 버린 임진강도 계절의 변화에 맞춰 녹아내릴 것입니다. 그리고 서쪽 끝 조강으로 모이겠지요. 우리 남북의 상황이 지금은 꽁꽁 언 모습입니다만 자연의 섭리처럼 녹아 내려 함께 모이게 될 것입니다. 마침 부활을 준비하는 재의 수요일과 사순 시기가 다가옵니다. 사순 시기 기간 단식과 자선, 기도에 충실하며 부활을 맞이하듯이 꽁꽁 얼어 버린 이 기간 남북대화의 부활을 위한 준비가 이뤄지길 기원해 봅니다.
박천조 그레고리오(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