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 경갑실 신부가 10월 28일 선종했다. 향년 72세. 고인의 장례 미사는 10월 30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과 신임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비롯한 주교와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다.<사진> 고인은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에 안장됐다.
1950년 1월 서울에서 태어난 경 신부는 1980년 사제품을 받고 홍제동본당 보좌로 사목을 시작했다. 이후 돈암동ㆍ불광동본당 보좌와 의정부교구 일산본당 주임ㆍ명동본당 보좌ㆍ암사동본당 주임을 지냈다. 그리고 관리국 차장ㆍ명동본당 수석보좌ㆍ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사무처장ㆍ관리국장ㆍ가톨릭회관 관장 등 교구 중책을 두루 맡았다. 이어 서대문본당 주임과 중계양업본당 주임으로 사목한 경 신부는 서울성모병원 원목을 끝으로 2019년 사목 일선에서 물러났다.
염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경 신부가 명동본당 수석 보좌이던 1990년대는 민주화를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명동대성당 일대를 중심으로 활발할 때”라며 “경 신부는 학생과 공권력 사이 중재자로 나서 양쪽에서 비난을 들으면서도 꿋꿋하게 그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고 회고했다.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이 터진 1991년 당시 대필용의자로 몰린 강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동료 학생들과 함께 명동대성당에서 농성했다. 이에 경 신부는 경찰이 명동대성당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강씨 측에 자진 출두를 권유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 측으로부터는 ‘검찰의 대변인’, 검찰로부터는 ‘수배자의 비호자’라는 비난을 들었지만, 경 신부는 굴하지 않고 중재를 이끌어 내 물리적 충돌 없이 농성을 해결했다.
사제수품 동기 허근(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 위원장) 신부는 고별사를 통해 고인의 천상 안식을 기원하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허 신부는 “경 신부는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묵묵히 인내하며 홀로 맡은 바를 다했다”며 “동기 맏형으로서 당당함을 잃지 않고, 늘 웃는 얼굴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