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사의 태두`로 꼽히는 최석우(1922~2009) 몬시뇰. 7월 20일 3주기가 된 그의 독일 본대학 박사학위 논문 「조선에서의 첫 대목구 설정과 가톨릭교의 기원」이 후학인 조현범(토마스)ㆍ서정화(루치아) 한국교회사연구소 연구원 번역으로 우리말로 옮겨져 나왔다.
2008년에 나온 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이원순(에우세비오) 박사의 「일본 그리스도교사」에 이어 4년 만에 나온 `교회사 번역 총서` 시리즈 두 번째 권이다.
이 책은 한국천주교회의 기원문제를 다룬 선구적 논문이다. △조선에 천주교를 도입하려는 초기 시도들(1592~1783)을 시작으로 △조선의 평신도 공동체(1784~1790) △박해들(1784~1802) △조선교회를 재조직하려는 노력들(1802~1831) △조선대목구의 시작(1831~1837) 등 5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2000년대 들어 초기 한국천주교회 상황과 조선대목구 설정 경위에 대해선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원사료` 발굴을 최초로 시도한 최 몬시뇰 논문의 의미나 중요성이 줄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새로운 내용이 담겨 있는 건 아니다. 최 몬시뇰이 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게 1961년이니 꼭 51년 전 논문인데다 그 이후 세월 동안 한국교회 사학계에서도 연구가 축적됐으니 새삼스럽게 밝혀질 내용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굳이 찾자면 흔히 `신미년 서한`이라고 불리는 1811년 서한과 유진길 등이 1824년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한, 1830년 유진길이 중국 베이징교회에 보낸 서한이 새롭게 등장하는 정도다.
한편 부록의 사료편에 있는 초기 한국교회 관련 라틴어ㆍ불어 서한 16통은 논문 못지않게 중요한 사료들이다. 당시만 해도 복사기도 없었는데도 정확하게 베껴 타자로 치고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뜻이 깊다. 라틴어 자료는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 장신호(대구대교구) 신부가 번역했으며, 주교회의 사무처 강대인 행정실장이 감수했다. 불어 서한 자료는 원저자인 최 몬시뇰의 번역문을 다시 실었다. (한국교회사연구소/2만 원)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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