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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르 코르뷔지에, 언덕 위 수도원- 저 시멘트 건물이 아름다운 수도원이라는데...

세계적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작품 라 투레트수도원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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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 언덕 위 수도원
사진ㆍ글 니콜라스 판/허유영 옮김/컬처북스/2만 8000원


 
  프랑스 남부 론 지역에 도미니코회 `라 투레트`수도원이 있다. 사방이 탁 트인 들판에 솟은 비스듬한 언덕, 그 위에 우뚝 서 있는 이 수도원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건축가로 손꼽히는 르 코르뷔지에(1887~1965, 프랑스)의 작품이다.

 그가 남긴 건축물 가운데서도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알려진 이 수도원은 무신론자를 자처하는 코르뷔지에 자신도 가장 아낀 건물이다. 그는 생전 `내가 죽으면 라 투레트수도원 성당에 시신을 하룻밤 안치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수도원은 겉보기엔 짓다 말고 버려진 시멘트 건물처럼 보인다. 책은 그저 삭막한 시멘트 덩어리로 보이는 이 수도원이 얼마나 종교적이고, 얼마나 거룩한 곳인지를 차분한 목소리로 일깨워준다.

 저자는 가톨릭 신앙을 지닌 중국계 사진가다. 그 역시도 라 투레트수도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를 떠올리며 그 가치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다시 라 투레트수도원 앞에 서게 됐을 때 비로소 거장이 이룩한 걸작을 온몸으로 느끼며 하느님을 체험했다.

 "이곳에 한동안 머물다 보면, 하느님이 존재하는지 죽음과 삶이 무엇인지와 같은 엄숙한 문제에 대해 깊이 사색하게 된다. 누구든 찰나에 쇠락해지는 육신의 내면에 영혼이라 불리는 곳이 있으며, 그곳이 유일하게 하느님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곳임을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209쪽)


 
▲ 라 투레트수도원은 전통적 건축 양식과 다르게 콘크리트로 네모 반듯한 상자처럼 지어졌다.
 
 
 저자는 라 투레트수도원 구석구석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르 코르뷔지에가 어떤 삶을 살았고, 무신론자인 그가 왜 가톨릭 수도원을 짓게 됐는지를 소개했다. 또 르 코르뷔지에와 그에게 그 건축을 의뢰한 도미니코회 알랭 쿠튀리에(1867~1954) 신부의 인연을 상세히 파고들었다. 현대 예술 애호가였던 쿠튀리에 신부는 당시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마티스, 샤갈, 루오와 같은 동시대 예술 거장에게 성당 건축을 맡겼다. 현대 종교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아시성당, 마티스성당, 롱샹성당의 탄생 모두 쿠튀리에 신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쿠튀리에 신부는 "우리와 사상과 신앙이 다른 예술가들이 우리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들의 창작을 통해 우리는 오백 년 동안 그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위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저자는 라 투레트수도원을 쿠튀리에 신부와 르 코르뷔지에가 함께 빚은 아름다움의 결정체로 평가했다.

 라 투레트수도원은 기존 수도원과 달리 종교 건축물임을 알아채기 쉽지 없다. 성상 하나 찾아보기 어렵고 첨탑 위 작은 십자가만이 가톨릭교회 건물임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 중앙 복도를 걷다 보면 장엄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온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볼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완전히 독립된 세계다.

 저자는 중앙 복도를 출발해 옥상 정원, 수도원 식당과 대회의실, 성당, 수도자 방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며 빛과 그림자, 주변 자연경치가 완벽히 조화를 이루도록 수도원을 지은 르 코르뷔지에의 천재성을 확인시켜 준다. 그는 넉 달 동안 수도원에 머물렀다.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수도자들은 내가 왜 온종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이미 수없이 사진 찍은 건물에 대고 또 연방 셔터를 눌러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햇빛이 시시각각 움직일 때마다 건물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빛은 건물의 형식과 모습을 풍부하고 다채롭게 만들었다."(192쪽)

 세계적 카메라회사 핫셀블러드가 선정한 `세계 최고 사진작가 150인` 중 한 명인 저자의 사진만으로도 책을 펼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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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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