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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 어록 303
(리사 로각ㆍ줄리 슈비에테르트 콜라조 엮음/제병영 옮김/하양인/1만 2000원)
프란치스코 교황 어록을 엮은 책이다. 베르골료 추기경 시절부터 교황 선출 이후까지 강론과 메시지, 인터뷰를 통해 말한 내용을 303가지로 정리했다. 겸손하고 소탈하며, 소박한 인품은 그의 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는 그냥 추기경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가겠습니다."
교황은 3월 13일 교황으로 선출된 후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과 인사를 마친 뒤, 저녁 만찬장으로 이동할 때 추기경들과 함께 버스를 탔다. 교황을 위해 운전기사가 딸린 전용 리무진과 경호원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교황은 이를 마다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가난을 상징했던 분이었고, 평화를 대변했던 분이었습니다. 가난한 교회, 그리고 가난한 사람을 위한 교회, 이 어찌 우리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교황은 프란치스코로 교황 이름을 정한 이유를 말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 청빈의 영성을 강조했다. 또 기회가 닿을 때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는 경제체제를 비판하며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주는 모습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이었던 추기경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황은 추기경 시절에도 화려한 추기경 관저에 머물지 않고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 살았다. 대신 추기경 관저는 가난한 선교사들에게 내줬다.
책을 번역한 제병영(예수회) 신부는 "새 교황은 선출된 직후부터 겸손한 모습을 일상적으로 보여줬다"면서 "교회의 지도자로서 소외받고, 가난한 자들의 대변인 역할을 말로서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시는 그분의 삶은 앞으로 가톨릭교회의 또 다른 쇄신을 주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