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정유선 지음/예담/1만 3800원)
뇌성마비를 극복하고 미국 조지 메이슨대 `최고 교수`가 된 정유선(리타) 교수의 자서전이다.
그는 그만두고 싶은 순간 딱 한 걸음만 더 내디뎌 보자고 수없이 마음먹으며, 자신을 달래고 눈물을 삼키며 살아왔던 지난날을 조심스레 꺼내보였다.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해냈는지 얼마나 어려운 역경을 견뎌왔는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탓에 조금 더 넘어지고 좌절했지만 어려움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감사와 행복을 느꼈고 그런 과정을 통해 깨달은 것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서였다.
그는 신생아 때 황달을 앓아 뇌성바미에 걸렸다. 지체장애와 언어장애를 지니게 된 그에게 평범한 일상과 학교 생활은 사치였다. 말하기부터 걷기, 공부하기, 밥먹기 등 무얼 하든 남들의 두세 배 정도가 아닌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다. 집 밖에만 나서면 그에게 꽂히는 사람들 시선도 오롯이 감당해야 할 상처였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의 이런 반응에 익숙해지고 단련된 나였지만 나라고 왜 속상한 적이 없었을까. 마음에 딱딱하게 딱지가 앉아 더 이상 상처 받을 일이 없을 것 같아도 사람들의 시선은 언제나 상처로 다가왔고,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아팠다"(51쪽).
정 교수가 이 모든 아픔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긍정이었다. 그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나는 지금까지도 살아오면서 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의 `너는 안 해도 돼`라는 배려 아닌 배려와 `이건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라는 편견의 벽에 부딪쳤다"면서 "감사하게도 내겐 시련과 도전을 견디고 즐기는 긍정의 힘이 있었기에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다시 일어섰다"고 했다.
그가 이 같은 긍정의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세상 사람들의 편견과 날 선 시선 에도 당당하고 떳떳하게 딸을 키운 그의 부모 덕분이었다. 또 사랑하는 남편과 두 아이, 오랫동안 우정을 나눠온 친구와 스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이제 그들에게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주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참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미 참 괜찮은 사람이다.
박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