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를 내려라
(방효익 지음/하상출판사/1만 2000원)
수원교구 분당성요한본당 주임 방효익 신부가 본당 주보에 썼던 글을 엮어 펴낸 책이다.
방 신부는 2010년부터 분당성요한본당 주임으로 사목하면서 느꼈던 점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나갔다. 공동체 규모가 크다 못해 거대하다는 분당성요한본당으로 소임 받았을 때 부족한 자신을 돌아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는 방 신부는 교회 공동체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상적인 교회 공동체상을 제시했다.
"신앙 공동체에는 반드시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성체 안에 하나가 되어 기도하는 이들이 우선 하느님 곁에 머물러 있어야 하며, 다른 하나는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할 수 있어야 하고, 마지막 조건으로 악을 단호하게 떨쳐 버릴 수 있어야 한다(마르 3,14-15). 신앙 공동체 안에 이 세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늘 목소리 큰 사람의 말이나 의지가 작은 공동체의 법이 되고,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랑만 일삼게 된다"(36쪽).
그는 "신앙 공동체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조건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교회 공동체가 아니라 동호회나 계모임과 같은 사교적 공동체일 뿐"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신자들이 진정한 신앙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이끌었는지에 대한 자기 반성도 잊지 않았다.
방 신부는 신자들을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1만 7000명이나 되는 본당 신자들 가운데서 봉사자를 찾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진하게 배어 있다. 성경과 주일미사, 기도만이 신앙생활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 방 신부는 하느님 은총과 짝을 이루는 덕을 쌓기 위해서는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봉사자 기근 문제는 분당성요한본당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그리스도인으로서 봉사의 의미를 일깨우는 방 신부 글은 모든 사목자와 신자들이 두고두고 새겨들을 만하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 때문에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리고 마음에서 우러나온느 정으로 이웃을 위해 재능과 시간을 나누어 준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그런 희생을 통해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이 얼마나 큰지 진정 체험해 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 수 있다"(103쪽).
이 밖에도 방 신부는 성체신심, 신앙, 과학과 믿음에 관한 다양한 주제의 글들을 통해 신자들이 신앙생활의 기쁨을 맛보도록 초대한다. 그는 "신앙의 해를 맞아 신자들이 그리스도께 `뿌리를 내려` 믿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깨닫고 살았으면 한다"며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은 던졌다. △누구를 믿는가 △왜 믿어야 하는가 △어떻게 믿고 있는가. 답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