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독불여일사(十讀不如一寫). 열 번 읽기보다 한 번 써보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이다. `손으로 읽는` 필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인들의 주요 공부법이었다. 한 번 써보는 것이 이해도 잘 되고 기억에도 오래 남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많은 신자들이 성경을 필사한다. 주님 말씀을 정성 들여 옮겨 적으며 머리는 물론 마음에도 새기는 것이다. 새해엔 성경 필사와 함께 그리스도교 고전 필사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준주성범」, 「신심 생활 입문」, 「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 「단테의 신곡」 등 `꼭 읽어야 할 그리스도교 고전 시리즈`를 펴내고 있는 가톨릭출판사(사장 홍성학 신부)가 새해를 맞아 `쓰기고전` 노트(5500원, 사진)를 선보였다. 신자들이 그리스도교 고전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필사해, 수백 년에 걸쳐 이어져 온 고전 속 지혜를 새롭게 맛들이기를 독려한다는 취지다.
가톨릭출판사는 「준주성범」과 함께 `준주성범 쓰기노트`를 만들어 신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준주성범을 필사한 정진화(레오, 서울 서원동본당)씨는 "「준주성범」은 이미 읽어본 책인데, 필사를 하니 내가 알고 있던 책은 사라지고 완전히 새로운 책이 나타났다"면서 "눈으로 읽는 것과 손으로 읽는 것은 달랐고, 책을 통해 내 삶을 고백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출판사는 「준주성범」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 고전 시리즈를 필사할 수 있는 노트를 만들었다. 스프링으로 제본된 `쓰기고전` 노트는 성경 필사노트와 동일한 구성으로 돼 있다. 또 `쓰기고전` 노트 뒤편에는 「준주성범」과 「신심 생활 입문」, 「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을 40일간 완필할 수 있는 일람표를 첨부했다. 상ㆍ하권으로 나뉜 「단테의 신곡」은 하루에 한 곡씩 쓰면 100일 만에 완필할 수 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