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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라, 연대하라
강우일 지음/삼인/
1만 2000원)
2012년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의 조사에서 천주교계 전문가들은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인물 3위로 제주교구장이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를 꼽았다. 1위는 김수환(1922~2009) 추기경, 2위는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 교황이었다. 1ㆍ2위 모두 세상을 떠난 이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우일 주교는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서는 가장 만나고 싶은 인물인 셈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강 주교가 지금까지 보여준 사회 참여와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발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창익(루카)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기획한 「기억하라, 연대하라」는 강우일 주교가 우리 사회 공동선 증진을 위해 이 시대에 전하고자 하는 말과 글을 담았다.
제1부 `기억하라, 연대하라`는 2013년 5월 22일 인권연대의 수요대화모임에 초청을 받아 서울에 올라와 강연한 내용이다. 강 주교는 이 강연에서 제주도와 제주 4ㆍ3 항쟁에 빗대어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범죄들을 이야기하며 `국가는 언제나 신성하고 숭고하기만 한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기억할 것은 무엇이며, 연대해 행동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강 주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국가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면서 일한다는 사람들이 행하는 일들, 그들이 말하는 국가의 정책이 국민들의 동의나 공감대 속에서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만을, 그러니까 지배층의 소수 권력자들만을 위한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들만의 편향된 사고와 이념, 자기들만의 기득권을 위해서 국가의 이름을 내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국가가 하는 일이라고 해서 우리 모두가 훼손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로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소박한 생각이 아닐까요…."(26쪽)
제2부 `강우일 주교를 말한다`는 오창익 사무국장이 그동안 지켜봐온 강우일 주교의 삶, 그리고 그 삶을 통해 우리가 얻을 것은 무엇인지를 전한다. 제3부 `지금, 여기, 우리가 하나 되어 생각할 일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앞에 닥친 현실적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강 주교의 생각이 담긴 글들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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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서울에서 태어난 강 주교는 일본 조치(上智)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철학석사, 교황청 우르바노대에서 신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4년 명동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은 뒤 중림동ㆍ명동본당 보좌, 교구장 비서, 서울대교구 교육국장ㆍ홍보국장, 난곡동본당 주임을 거쳐 1985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2002년 제주교구장에 착좌했으며, 2008년부터 주교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