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예수 이야기
클라우스 베르거(1940~ )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복음주의 신학대학에서 신약성경을 가르치다가 2006년에 은퇴한 가톨릭 신약성경학자다. 그동안 50권이 넘는 책을 쓴 베르거는 당대에 유행하던 여러 학문방법론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다분히 도발적이고 독창적인 학자로서 국제적 명성을 지니고 있다. 그가 2004년에 저술한 「예수」는 독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일반 독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베르거의 유명한 저서 「예수」가 마침내 전헌호 신부의 탁월한 솜씨로 번역돼 성바오로 출판사가 제1권을 2012년에, 제2권을 2013년에 각각 출간했다.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필자는 무엇보다 이 방대한 양의 글을 유려한 문체로 번역해주신 역자의 노고와 열정에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처럼 훌륭한 신학 서적을 펴냄으로써 한국교회의 신학 토론과 학문 발전에 기여한 성바오로 출판사 관계자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리고 싶다.
클라우스 베르거가 그리는 예수는 무엇보다 역사비평적 방법으로 분석한 예수가 아니라는 특징을 지닌다. 교회문헌들도 비판적 지지를 보내는 역사비평적 방법에 대해 그는 지나치게 부정적이다. 그에 의하면 역사비평은 19세기 실증주의적 세계관의 산물이기에 초월적 종교적 경험을 이야기하는 복음서 연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신학대학에서 역사비평적 성경 해석 때문에 신앙을 잃은 학생들을 많이 봤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증언한 바 있다.
베르거는 예수 전승이 동시 다발적으로 전달됐기에 단편적 전승들을 모아서 일종의 모자이크를 만들어야 나자렛 예수의 전체적 진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공관복음 전승과 요한복음 전승을 종합할 때에야 비로소 예수에 대한 모자이크적 종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베르거는 정경독서의 방법을 취하는데 이 점에서 베네딕토 16세의 「나자렛 예수」와 방법론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예수는 신비로만 전해질 수 있는 분이기에 베르거는 사회학적 관점이나 심리학적 관점에서 예수를 정치적 혁명가 내지 심리치료가로 축소시켜 이해하는 환원적 방법을 적극 비판한다. 복음서를 열린 마음으로 읽는 베르거는 예수의 참된 신원이 어떤 신학적 선입견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 인간, 세상에 대해 그분이 가르친 내용과 행동 방식을 통해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진가는 저자가 성경주석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하느님, 참된 행복, 여인들, 마귀, 고통, 정치와 경제, 폭력, 유다인들, 돈, 진리, 하느님 나라와 교회, 기적과 성찬례, 예수의 죽음과 부활, 묵시주의적 미래와 현재 등 가장 관심을 끌 만한 역사적이고 신학적인 주제를 현대적 감각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는 데 있다.
베르거는 이 책을 그리스도인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리를 갈망하고 삶의 신비에 경도돼 궁극적 질문을 던지는 수많은 구도자들을 염두에 두고 썼다. 이 기념비적 저작이 분량 때문에 읽기에 부담스럽게 보일 수 있겠으나 내용은 따라가기가 수월한 편이다. 베르거의 「예수」가 한국의 지성인 그리스도인들과 진리를 추구하는 많은 이들에게 오늘의 관점에서 예수를 이해하는 데 매우 훌륭한 지침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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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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