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근거가 되는 하느님을 찾는 것 항상 올바르고 정직하게 사는 것 하느님과 이웃 앞에 겸허한 마음을 내보이는 것. 이 세 가지를 우리 모두 겸비하고 실천할 때 우리는 참된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서울 불광동본당 주임)가 사제서품 30주년을 맞아 「행복한 사람들」을 펴냈다. 지난 5년 동안의 강론을 다듬어 엮은 결과물이다. 한 사제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게 ‘강론’이라면 이 책은 무엇보다 김 신부 자신의 사제생활을 돌아보는 성찰의 도구인 셈. 동시에 독자들은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한 사제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의 신비로운 활동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책은 ▲사랑하는 사람 ▲행복한 사람 ▲기도하는 사람 등 총 3장으로 구성됐다. 김 신부는 “이 세 사람이 모여 ‘행복한 사람’이 된다”며 “‘사랑하는 사람’은 ‘기도하는 사람’이며 ‘기도하는 사람’은 곧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책에는 ‘보신탕 단상’ ‘새벽미사의 맛’ ‘부부는 짝꿍’ 등 일상의 흥미로운 주제들이 한 사목자의 눈으로 재해석된다. 신앙이 녹아든 통찰력 있는 우화들도 풍부하게 등장해 자연스레 하느님의 가르침과 지혜에 젖어들게 해준다. 삶을 성화시키기 위한 사랑의 실천도 북돋운다.
“오늘날엔 신앙생활을 하나의 액세서리로 여기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자들은 더 이상 희생하려고 하지 않으며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사랑하라!’고만 외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게 사랑하는 것인지를 현대인의 용어로 구체화해야 합니다.”
김 신부는 새 시대 새 복음화를 위해선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오랫동안 문화의 복음화와 문화사목을 주창해왔다. 불광동본당에서 매달 ‘가톨릭 독서콘서트’를 비롯해 연간 2회 실시하는 불광 문화제 두 달에 한 권씩 ‘신앙서적 읽기’ 인문학 강좌인 ‘영시니어 아카데미’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유다.
“사목자들이 신자들과 공감해야 합니다. 협력자 관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사목자는 신자들이 원하는 바를 알기 어렵습니다. 사목자가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출 때 독서사목·영화사목·칭찬사목·순례사목 등 다양한 문화사목을 펼쳐 나갈 수 있습니다.”
책에는 이런 김 신부의 행적과 사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서울대교구 주보 표지에 작품을 싣고 있는 정미연(소화데레사·서울 세검정본당) 화백의 삽화는 자연스레 묵상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본문 사이마다 등장하는 예화와 서정시들도 감동을 더한다.
사제서품 30주년을 회고하며 후배 사제들에게 “늘 배우려는 자세를 겸비하라”고 당부한 김 신부. 그는 “오늘날 배울 것은 무궁무진하며 배우지 않으면 나눌 것이 없다”며 “교회도 배움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사목을 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를 문화사목의 길로 이끌어 주신 건 하느님의 은총이죠. 성과나 성공은 잠시 지나갑니다.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것보다 오로지 하느님을 사랑하는 열정이 중요합니다. 그리스도가 제 생의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