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크라 파기나(SACRA PAGINA) 성경연구 시리즈」(이하 사크라 파기나)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성서학자들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신약성경 전체를 새로 주석한 작품으로, 영어권 성경주해서 가운데서 손꼽힌다. 이 기념비적인 주해서의 우리말 번역이 「요한 1, 2, 3서」(648쪽/2만5000원/대전가톨릭대학교출판부) 출간으로 마무리됐다. 사크라 파기나를 홀로 완역한 조장윤 신부(베르나르도·대전교구 원로사목)를 만났다.
“신약성경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삶을 가르쳐 줍니다. 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제들의 강론이 얼마나 귀중합니까. 본당 신부님들이 강론하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한 장, 한 장 번역했습니다.”
“평범한 사람.” 조 신부는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통·번역 전문가도, 성서학자도 아니다. 그런 조 신부가 전 18권, 1만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사크라 파기나를 번역한 것은 사제라면 누구나 하는 ‘강론’을 위해서였다.
“사제가 된 지 30년쯤 됐을 때 스스로 질문을 했습니다. 내가 강론을 하는 것이 정말로 복음을 전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인가? 그때 사크라 파기나가 떠올랐습니다.”
사크라 파기나는 조 신부가 2003년 미국 예수회 신학대학원(Weston Jesuit)에서 안식년을 보내면서, 교수들에게 안식년 동안 읽으면 좋은 책으로 가장 많이 추천받은 책이었다. 복음을 전하는 강론을 고민하던 조 신부는 본당사목, 병원사목으로 바쁜 가운데 사크라 파기나를 읽기 시작했다. 조 신부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2년 반에 걸쳐 사크라 파기나를 완독한 조 신부는 이후 자신의 수양을 위해 사크라 파기나를 조금씩 번역해나가기 시작했다. 사크라 파기나를 번역하는 즐거움에 매일 오전 12~1시까지 번역하기 일쑤였다.
“성경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어요. 너무 기뻐서 알리고 싶었죠. 이렇게 좋은 책을 번역한다는 것이 기뻤고, 한국의 신부님들과 신자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조 신부는 성서학자인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를 만난 자리에서 사크라 파기나 번역에 매달릴 수 있는 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출판을 목표로 번역에 매진했다. 조 신부가 성서학자는 아니었지만, 성서학자인 민병섭(바오로) 신부의 꼼꼼한 감수 덕분에 학술적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번역이 완성됐다.
그러나 번역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조 신부가 번역을 시작한 나이가 67세였고, 포도막염 수술 여파로 오른쪽 눈은 글을 읽을 수 없는 상태였다. 영어 전문가도, 성경 전문가도 아니었기에 본문의 정확한 뜻을 전하기 위해 단어 하나에도 수없는 자료검증을 해야 했다. 번역 자체도, 건강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번역에 투신했다. 책 출판도 모두 자비로 부담했기에 생활비도 절약해야 했다. 그 힘든 나날을 인내하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청소부’다.
조 신부는 “청소하는 분은 일터에서 쉴 틈 없이 일하고 퇴근해도 가족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시는데, 그에 비하면 번역은 쉬운 일이라 생각하니 힘이 났다”고 전했다.
번역을 마친 조 신부는 이제 매일미사의 독서로 묵상글을 써 나가고 있다. 조 신부는 언젠가 이 글을 바탕으로 복음이 담긴 동화를 써볼 생각이다.
“사크라 파기나 번역을 마친 건 저의 힘이 아니었습니다. 윤문, 자료 찾기, 출판 업무를 해주신 분들의 도움이 컸고, 무엇보다도 성령과 더 가까워진 것을 느낍니다. 사크라 파기나는 소설 읽듯이 읽어도 도움이 됩니다. 많은 분들이 하느님 말씀에서 재미와 행복을, 예수님의 현존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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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