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헌 신부 지음/888쪽/3만 원/바오로딸
그리스도교 정경 복음서 중 최초, 여러 복음사가들이 각자 복음서를 엮을 때 원전으로 삼은 복음서는 바로 마르코복음서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 역사 속 예수님의 모습, 실제에 가까운 예수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복음서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나자렛 출신 예수가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생동감 있게 예수의 삶을 그려낸다.
책은 원로사목자로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학문적 집필과 강의를 왕성하게 이어가고 있는 이영헌(마리오) 신부의 성서연학총서 시리즈 아홉 번째 책이다. 그동안 바오로 서간을 중심으로 책을 출간해온 이 신부는 이번에는 자신의 전공인 공관복음의 중심이 되는 마르코복음을 다뤘다.
책은 6부에 걸쳐 마르코복음서를 풀어낸다. 마르코복음서 개요를 설명한 1부를 시작으로 복음서의 순서에 따라 프롤로그, 갈릴래아 활동, 예루살렘 여정과 십자가 따름, 예루살렘에서의 마지막 활동, 에필로그(부활 발현과 승천) 등을 해설하고 있다.
책은 각 성경 구절과 단어를 주해하고 그 배경까지 설명하며 마치 성경 강의를 듣는 듯 이해하기 쉽게 읽어나갈 수 있다. 그래서 주해나 해설이 아니라 ‘강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꼼꼼한 각주와 깊이 있고 폭넓은 설명은 선입견이나 자의적인 해석을 피하고 철저하게 성서학적 연구결과를 따르고 있어 학술적인 가치도 높다. 마르코복음을 처음 배우는 신자뿐 아니라 성경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된다.
이 신부는 머리말을 통해 “말씀으로 오시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기쁘고 경이로운 일이며 신비로운 체험이고 하느님께서 거저 베푸시는 놀라운 은총”이라며 “이런 체험을 누리도록 가능한 한 성경 그리스어 원문을 충실하게 읽으며 묵상하고 성서학자들의 다양한 견해를 참조해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