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학교 밖 청소년들과 ‘글쓰기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만났어요. ‘글쓰기 놀이’를 하며 몸과 생각이 커가는 아이들이 대견했죠.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며 성장한 건 바로 저였어요.”
방송작가, 카피라이터, 콘텐츠 기획자 등으로 지내며 ‘손편지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윤성희 작가(아가타·47)는 지난 2013년 2월 한 주일학교 후배교사로부터 어느 학교 밖 청소년 대안교육기관(대안학교)에 글쓰기 교사로 나서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교사 자격증도 없었고, 글을 쓰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른 일임을 잘 아는 까닭에 망설였지만, 후배는 “글이 아닌 글을 쓴 경험을 나눠달라”고 제안했다. 그렇게 ‘어쩌다’ 글쓰기 교사가 됐다.
“이렇게 오랫동안 청소년과 함께할 줄 몰랐는데 어쩌다보니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 윤 작가. 그 10년의 세월동안 다양한 학교 밖 청소년 대안교육기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 놀이’를 한 결과물을 「목요일의 작가들」에 담았다. 글과 관련해서 대부분의 장르를 써 스스로 ‘잡가’라고 부르는 윤 작가는 청소년들과 함께한 글쓰기 놀이 커리큘럼을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소개한다. 하지만 글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이론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저 청소년들의 마음에 ‘글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불을 지를 뿐이다.
“글쓰기 수업은 마음을 열지 않으면 잘 운영이 안 돼요. 다른 수업은 지식을 쏟아주기만 하면 되지만, 글쓰기 수업은 상호작용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친해질까 연구했는데, 그냥 아이들과 놀았어요. 수업의 주도권도 아이들에게 주고요.”
윤 작가는 그렇게 ‘글쓰기 놀이’를 시작했다. 쓰고 싶은 글이나 주제를 아이들이 원하는 것으로 정하고, 윤 작가도 아이들과 함께 ‘한 명의 글 쓰는 사람’으로 수업에 함께했다. 아이들이 쓴 글을 ‘빨간 펜’으로 첨삭 지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칭찬으로 동기를 북돋웠다. 아이들도 서로의 글을 읽으며 어떤 면이 좋았는지 칭찬만 하도록 했다.
그렇게 글을 쓰며 아이들은 점점 자라났다. 윤 작가는 여러 대안교육기관에서 아이들을 만났고, 수업 요일에 따라 아이들에게 ‘월요일의 작가들’, ‘화요일의 작가들’, ‘수요일의 작가들’이라고 불렀다. 책 이름을 「목요일의 작가들」로 정한 것은 작은 나무(木)가 비와 바람과 해를 맞고 자라듯, 윤 작가가 만난 모든 아이들이 글을 쓰면서 고민하고 번뇌하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윤 작가와 글쓰기 수업에 함께했던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공교육이 자신에게 맞지 않아 스스로 선택했든 부모의 뜻에 따랐든 아니면 다른 이유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된 아이들. 윤 작가는 “이들이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길 위에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위로가 되길, 그래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에도 길 위에 있음을 잊지 않길’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이 책이 청소년들과 함께 걸어가는 분들에게도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