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숙 지음/320쪽/1만8000원/성바오로
“나는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을 것이오.”
모진 고문과 회유 속에서도 천주를 증거했던 ‘천주교인’ 김성우(안토니오) 성인. 그는 어떤 삶을 살아갔을까. 김관숙(크리스티나) 작가의 소설 「구산의 별꽃」은 김성우 성인이 거닐던 구산 마을로 독자들을 푹 빠져들게 한다.
김성우 성인은 경기도 광주 구산 마을의 경주 김씨 집안 후예다. 구산 일대의 넓은 농지를 소유한 양반 집안이었고, 풍부한 학식과 온후한 인품으로 존경을 받았던 성인은 구산 교우촌의 초대회장으로 자신의 모든 소유와 능력을 동원해서 하느님을 전한 인물이다. 성인은 15개월이라는 긴 기간 옥중생활을 하면서도 함께 갇힌 죄수들까지도 입교시키는 등 1841년 4월 29일 순교하기까지 열렬한 신앙인으로 살았다.
여러 기록이나 약전을 읽으면 성인의 행적을 접할 수 있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성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까. 김 작가는 간단한 몇 줄 설명에 불과한 자료에 상상력을 가미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성인과 그 가족들, 구산 마을의 현장이 마치 우리 곁에 있는 듯 되살아난다. 그리고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성인과 신앙선조들의 신앙을 만나게 해준다. 비록 「구산의 별꽃」은 소설이라는 허구로 완성됐지만, 그 골자가 실제 기록과 그 기록이 증언하는 성인의 삶과 신앙은 소설에 그대로 담겼다.
소설은 그저 성인의 행적만을 담지 않았다. 성인의 가족들, 성인과 인연이 있었던 이들, 구산 마을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담아낸다. 서슬 퍼런 박해에도 꿋꿋하게 신앙을 살아간 이들. 잡초지만 밟히고 밟혀도 어디선가 다시 피어나는 별꽃은 신앙선조들을 표현한다. 또 김성우(金星禹) 성인의 한자 이름에도 별이 들어간다.
김 작가는 “미흡한 소설이지만 많은 이들이 읽고 신앙선조들의 순결한 피 흘림과 굳은 믿음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