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숭규 신부 지음/220쪽/1만6500원/에체
병마와 싸우면서도 사제로서 살아간 한 사제가 생의 마지막에 남긴 묵상들이 선종 10주기를 맞아 책으로 엮여 나왔다.
「세상이라는 제대 앞에서-전숭규 신부 묵상집」은 고(故) 전숭규(아우구스티노) 신부가 세상을 떠나기 전 해인 2012년 한 해 동안 「매일미사」에 ‘오늘의 묵상’으로 연재한 글을 묶은 유고집이다.
“교구에서 가장 작은 성당, 가장 가난한 성당으로 보내주십시오.”
전 신부는 ‘국화꽃 신부님’이라 불렸다. 경영학과를 졸업, 평신도 신학자를 꿈꿨던 전 신부는 늦깎이로 신학교에 입학해 1997년 사제품을 받았다. 서울대교구에서 사목하던 그는 2004년 의정부교구가 설립되던 해, 자발적으로 의정부교구에서 가장 작은 본당인 연천본당의 주임이 됐다. 전 신부는 가장 작고 가난한 시골 성당에 해마다 수천수만 송이의 국화를 피워냈다. 그 노력으로 성당은 신자, 비신자 할 것 없이 수많은 이들이 찾아와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 됐다. 그리고 한마음청소년수련장 부원장으로 사목하던 2013년 사순 시기 급작스런 중병으로 투병하다 3월 31일 주님 부활 대축일 새벽 하느님 품에 안겼다.
신자들과 동고동락하는 사제, 그러면서도 세상을 향해 열린 사제. 전 신부의 삶은 묵상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 묵상에 한 쪽을 넘지 않는 전 신부의 짧은 묵상글은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도록 이끈다. 또 사제라는 자리를 특권으로 여기지 않고 하느님의 일꾼이자 봉사자로 살아가려는 영적 치열함도 느낄 수 있다.
책에는 전 신부의 묵상글 213편이 실렸다. 1년 동안의 매일미사 묵상 중에서도 신앙에 도움이 되고 삶에 영감을 주는 감동적인 글들을 선별했다. ‘전 신부를 기억하는 사제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엮었다. 전 신부의 진심 어린 묵상들을 통해 전 신부를 기억하고, 전 신부의 묵상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하고도 깊은 울림을 전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전 신부의 서품동기 김동희(모이세) 신부는 머리말을 통해 “(전 신부는) 잘 살기도 했지만, 죽음을 앞두고 그 문턱을 넘어설 때도 참 멋진 신부였다”고 회고하면서 유고집을 발간한 이유로 “하느님 안에서 한없이 진지하면서도 때 묻지 않은 천진함을 살았던 한 사제에 대한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픈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베드로) 주교는 추천사에서 “전 신부님은 50세를 겨우 넘긴 짧은 생애를 살다가 하느님 나라로 갔지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또 한 사람의 사제로 살다간 삶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향기로워서 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면서 “신부님의 마음을 닮은 우리들이 돼야겠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