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믿나이다”, “한 분이신 하느님을 믿나이다”, “전능하신 아버지, 하늘과 땅과 유형무형한 만물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신앙인이라면 미사 때마다 신앙을 고백하며 신경을 외운다. 하지만 이 말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그저 입으로만 습관적으로 술술 쏟는 것은 아닐까.
‘심볼룸’(Symbolum), 즉 ‘표시’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는 신경은 실제 이를 고백함으로써 가톨릭 신앙의 표시가 되어왔고, 입교자들이 세례를 받을 때 받아들인 신앙 고백의 표현이었다. 또 이단으로부터 그리스도교를 보호하기 위한 기도문이기도 했다.
이 시대의 영성가로 꼽히는 안셀름 그륀 신부가 이 책에서는 ‘신경’으로 새롭게 다가가는 길을 안내한다. 신경의 각 구절에 머물면서 신앙이 막연해지지 않도록, 신앙이 다시 새롭게 확고해지도록 이끈다. 이는 삶을 새로운 시야에서 바라보게 만들고, 신앙을 확신하는 용기가 되어준다.
저자는 특별히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을 자세히 살핀다. 성경의 말씀, 교회 전승과 교부들의 신학, 미사곡 등 다양한 관점에서 구절 하나 하나에 담긴 상징과 뜻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신경의 주요 상징인 내려감과 올라감, 아버지(성부)와 아들(성자)과 성령, 곧 출생과 죽음, 영과 육, 하늘과 땅, 부활과 완성, 시간과 영원 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린 신부의 해설은 그동안 어쩌면 입 안에서만 맴돌던 오래된 신경의 고백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려준다. 이어서 그 상징을 우리 생활에 연결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책에서 그륀 신부는 “예수님은 본성적으로 우리를 위하여 보증하시는 분, 우리를 위하여 존재하시는 분,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시고 우리를 위하여 사시는 분”이라며 “이런 예수님이 철저하게 나를 위하여 존재하신다면, 나를 옹호하시고, 나를 위하여 당신의 목숨을 거신다면, 나는 이 헌신으로 인해 살아갈 수 있다”고 고백한다.
‘예수님의 묻히심’에 대해서는 “그분이 우리 죽음을 완전히 다 견뎌내셨음을, 그분이 땅의 심연에까지, 가장 끝의 짙은 어둠에까지 내려가셔서 모든 것을 그분 빛으로 밝게 비추셨음을 의미한다”고 밝히고 “이 이야기는 우리 안에 새로운 삶이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 삶을 방해하는, 우리에게 있는 낡고 다 소모된 모든 것을 묻도록 우리를 초대한다”고 말해준다.
‘교회가 하나’라는 말을 그는 “갈라진 이 세상 안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한다. “초기 교회에서 유다인과 그리스인, 남자와 여자, 가난한 이와 부유한 이, 젊은이와 노인이 서로 하나 되어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은 매력적인 경험이었다”고 들려준다. 그것은 당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당시 다툼으로 갈라진 세상 안에서 무언가 새로움이었다는 것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