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규 지음/244쪽/1만6700원/창비교육
이향규(테오도라) 영국 뉴몰든 한글학교 교장이 잊고 살던 것들을 기억하고 지금의 나를 이해하며 쓴 에세이집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을 펴냈다.
책에는 저자가 다문화 청소년, 결혼이주여성, 북한이탈주민을 만나 이들을 돕는 활동가로 살았던 경험, 2016년 남편, 두 딸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한 뒤 영국에 사는 한국인들을 위한 한글학교를 운영하며 체험한 일상이 담겨 있다. 에세이 내용은 일상적인 물건과 시공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 경험을 담담히 풀어낸다.
저자는 이 책을 다 썼을 때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어 준 사람들을 떠올렸고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잊고 지내던 기억을 불러오는 데 도움이 되고, 누구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책은 저자의 시선을 따라 매일 마주하는 가족에게(1부 ‘식탁 위의 얼굴’), 이웃에게(2부 ‘울타리 너머의 얼굴’), 영국 사회와 바다 건너 한국으로(3부 ‘길 건너의 얼굴’) 옮겨 간다.
시선 끝에는 삶을 긍정하는 이들이 서 있다. 타인에게 선익을 베풀고자 하는 사람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사회의 빈 고리를 연결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저자가 영국에 처음 건너가 외롭고 가난하게 살던 시절, 자선가게인 ‘채리티 숍’과 마을회관 역할을 하는 ‘펍’에서 유일하게 잠시나마 안심하고 머물렀던 기억은 이웃 간의 관심과 따뜻한 시선이 사회의 빈틈을 채워 준다는 점을 넌지시 알려준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