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가장 독창적인 가톨릭 신학자로 꼽히는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Hans Urs von Balthasar, 1905~1988)는 가톨릭뿐만 아니라 개신교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신학자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그 후속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친 그는 평생 90여 권의 저서, 550여 편의 논문, 100여 권의 번역서를 남길 만큼 방대한 저술 작업을 펼쳤다.
이 책은 발타사르 추기경이 알 듯 모를 듯한 예수님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 것이다. 우리는 예수님을 믿고 그분께서 늘 우리 곁에 계심을 알지만, 한편 ‘그분에 대해 잘 아는가’라는 물음을 받으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예비신자나 새 신자는 물론 오랫동안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 이들에게도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시며, 우리가 예수님을 어떻게 알고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준다. 무엇보다 여러 성경 구절을 살피며 믿음의 눈으로 예수님을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예수님을 ‘공부’하는 데 집중하다가 정작 친교를 이루지 못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을 통해 강조되는 점은 순수한 믿음으로 하느님께 마음을 온전히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예수님을 깊이 만나고 그분과 참된 친교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2부로 나뉜 책에서 먼저 1부에서는 예수님이 우리 인간을 어떻게 아시는지 다룬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시고…”라는 말씀처럼 성경 곳곳에서는 우리를 아는 예수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예수님 앞에서 베드로 사도는 “스승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라고 고백한다.
복음서에서 우리는 예수님이 인간이 겪는 유혹, 고통, 죽음까지 모두 겪으셨음을 볼 수 있다. 발타사르 추기경은 그만큼 예수님은 우리 인간을 온전히 경험하셨기에 그 누구보다 인간을 잘 아실 수 있었다고 밝힌다.
2부는 인간이 예수님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복음서와 바오로 서간 등을 바탕으로 저자는 예수님이 우리에게 어떤 분으로 다가오시는지 나눈다. 성부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심판하시고 또 변호하시는 예수님에 관해 설명하고, 예수님을 우리에게 알려주시는 성령을 통해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사랑을 깨달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이처럼 1~2부를 찬찬히 읽어가는 중에 우리는 전례 또는 일상에서 접하는 말씀 속에서 예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그분을 더 깊게 만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특별히 이 책에는 발타사르 추기경의 신학이 집약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신학적 관점인 계시의 아름다움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 사랑을 관조하려는 자세가 잘 드러난다.
역자 신정훈 신부(미카엘·서울대교구·독일 뮌헨교구 파견)는 “발타사르 추기경은 ‘앎은 삶’이라고 말했는데, 하느님을 알면 알수록 우리 삶은 생명력으로 넘칠 것”이라며 “대(大)신학자가 전하는 주옥같은 글이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앎을 일깨우고 우리의 삶을 충만하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발타사르 추기경은 1988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임명됐으나, 서임식 이틀 전 선종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