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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혁명」(전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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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지음/1권 628쪽·2권 488쪽·3권 452쪽/각 1만8800원/해냄

19세기 초반 조선은 대흉년(1809)과 홍경래의 난(1811) 등으로 매우 혼란했다. 아울러 극심한 삼정문란으로 백성들 삶은 피폐했다. 순조 즉위 후 안동 김씨가 세도하면서 관료 사회에는 매관매직이 성행하고 부정부패가 깊어졌다. 이들에게 사람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는 관심 밖이었다. 막 조선 땅에 들어와 뿌리를 내린 천주교는 그런 세태에 지친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삶’의 모습이었다.

「사랑과 혁명」의 배경은 조선대목구가 설정(1831)되기 직전인 1827년 전라도 곡성에서 일어난 정해박해다. 「불멸의 이순신」 등 27년간 역사소설과 사회파 소설을 쓰며 창작 활동을 해온 김탁환 작가의 대하소설로, 원고지 약 6000매 분량에 전 3권으로 구성됐다.

김 작가는 정해박해 진원지인 전남 곡성으로 집필실을 옮겨 실제 소설 속 공간에서 이 책을 구상하고 집필했다. ‘치명록’ 형식을 차용해 액자식 구성을 띤 작품은 정해박해를 기점으로, 전후에 일어난 박해 가운데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신자들 시간을 따라 이야기가 흐른다.

「열녀문의 비밀」(2005)과 「대소설의 시대」(2019)에서 조선 천주교인들의 활동을 이미 다뤘던 그는 18세기 천주교 신자들의 활동이 19세기에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 그리는 것이 큰 숙제였다고 한다.



‘목숨을 잃고 가족이 풍비박산 나는데도, 사랑 같지 않은 사랑, 혁명 같지 않은 혁명을 갈망하며 모인 마을’. 이 마을을 쓰고 싶었던 김 작가는 2014년경 그 주제를 다루려 했으나, 세월호 참사가 터지는 세태 속에 사회파 소설을 쓰느라 이루지 못했다.

2019년 정해박해 진원지인 곡성 옥터성지에 세운 곡성성당과 옹기 교우촌이 있었던 당고개 덕실마을을 둘러보며 그는 ‘19세기를 정해박해로 풀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김 작가는 집필 시 작품 속 장소를 실제 방문해 탄탄하게 고증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에도 곡성성당 옆에서 거주하며 「천주실의」와 「칠극」 등 방대한 자료와 논문을 최대한 찾아 읽고 답사를 계속 다녔다. 당시 사용했던 세례명, ‘탁덕’과 ‘첨례’ 등 천주교 용어와 신자들 생활 모습, 옹기촌에서 옹기를 만들고 팔던 것부터 감옥에서 고문하는 방법까지의 세밀한 묘사는 19세기 천주를 믿고 목숨을 내놓았던 초기 한국교회 신자들 삶에 깊숙이 녹아들게 한다.

그는 “치명과 배교의 극적인 장면보다는 신유박해부터 정해박해까지 26년 동안 교우촌을 이루며 공동체 생활을 이어간 과정을 상세히 적어보고 싶었다”며 “섬진강 가까이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이웃들 속에서, 같이 활동하고 농사지으면서 200년 전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 모습을 더 자세히 상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천주교 박해와 인물들이 내용의 토대를 이루지만, 「사랑과 혁명」은 특정 종교와 시대를 떠나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내며 나아간 이들의 태도를 생각하게 한다. 최근 소외된 사회적 존재들에 대한 관심과 생태환경 문제에 천착해 온 작가의 세계 확장을 담고 있기도 하다.

대구 관덕정(11월 3일)과 광주대교구청(12월 1일)을 비롯해 개신교회에서도 북 토크가 예정돼 있는 그는 “「사랑과 혁명」에 관심 있는 성당이나 교회에서 요청하면 북 토크 및 강연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신교에서 세례받은 김 작가는 “이 책은 모두에게 신과 인간의 의미를 되살피는 넓은 의미의 종교 소설”이라며 “힘겨운 시절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품고 사는 것이 어렵지만, 의심하고 절망하고 미움에 사로잡힌 독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밝히는 작은 촛불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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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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