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교황 지음/방종우 신부 옮김/328쪽/2만5000원/가톨릭출판사
지난해 12월 31일 95세를 일기로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신학자이자 위대한 교황으로 불린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13년 교황직 사임 후에도 저술가로서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
이 책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사도좌에서 물러난 후 집필한 원고와 인터뷰한 내용 등을 모은 것으로, 총 6장에 걸쳐 전례, 성사 등 그리스도교를 이루는 기반부터 유다교·이슬람 등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 등 여러 주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 가톨릭교회의 성학대 추문을 바라보며 쓴 기고문도 실었다.
교황직에서 물러난 후 책의 이탈리아판 편집자 엘리오 구에리에로와의 만남을 통해 출간을 결정했던 교황은 이후 원고 검토와 수정 작업을 직접 도맡으며 평생 탐구했던 ‘그리스도교 본질’에 관한 것들을 비롯한 교회 안팎에서 제기되어 온 여러 문제에 대한 성찰과 분석을 책에 담았다. 이를 통해 그는 명예 교황으로서 책임감을 지니고, 교회가 제 문제를 어떻게 살펴야 하는지 또 우리가 따라야 할 근원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방대한 성경 지식과 신학 사상 및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쓴 글들은 ‘진리의 수호자’로 불렸던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신학적 사상 토대를 알게 한다. 아울러 생을 다하는 날까지 끊임없이 그리스도교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탐구했던 헌신을 느끼게 한다.
신학적인 글뿐만 아니라,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인물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나치 치하에서 목숨을 잃은 알프레드 델프 신부에 대한 회고에서는 교황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제정하는 것을 논의할 당시, 선택의 적절성을 평가하기 위해 신앙교리성에 의견을 요청하였고 내려진 의견도 겸손히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그리고 ‘전통적 질서에 따라 의견을 구해야만 하는 공식 기관의 동의가 없다면 자신의 주장을 포기하는 위대한 겸손함’의 모습에 자주 감명받곤 했다고 밝혔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알프레드 델프 신부에 대한 기억은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는 한편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 사랑 방법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힌다. 요셉 성인과 가족에 대한 생각을 드러낸 인터뷰 내용에서는 굳은 믿음을 지닌 한 신앙인의 일면을 볼 수 있다.
요셉 성인에 대해 교황은 “성경 속에서 직접적으로 어떤 말을 전하고 있지는 않지만, 듣고 행동하는 능력을 보여준다”며 “그래서 이러한 성인의 침묵이 우리를 학문적 지식을 뛰어넘는 지혜로 이끌고 있음을 더욱 깨닫게 됐다”고 밝힌다.
교황은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자 죽음 이후 출판이라는 유언적 형식을 택했다. 편집자는 이번 책을 “모든 이의 기대와 희망에 항상 주의를 기울였던 아버지의 마음과 영혼의 지혜로 집필된 영적 유언에 가까운 책”이라고 했다.
교황이자 신학자로서,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을 향한 굳건한 믿음과 진리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일생이 새롭게 다가오는 책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