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 몸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걸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린 책을 소개한다.
가난할 권리
최준영
책고래
“우선 할 일은 가난한 사람들의 내면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이어야 한다. 동정이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이해하도록 설득하고 설명해야 한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권리를 지켜주는 일이다. 세상에는 욕망할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 가난할 권리다.”(67쪽)
노숙인, 미혼모, 재소자, 자활 참여자 등 가난한 이웃과 함께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있는 최준영씨가 신간 「가난할 권리」를 발표했다.
‘거리의 인문학자’, ‘거지 교수’로 불리는 저자가 지난 20년간 자활센터나 보호시설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매일 생존의 문제와 싸우는 이들에게 곁을 내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스스로 원하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자고 응원한다.
국내 최초의 노숙인 인문학 과정인 성프란시스대학 교수를 거쳐 사단법인 인문공동체 ‘책고집’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인문학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있다. 2023년 독서문화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고, 「결핍의 힘」, 「최준영의 책고집」,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 등을 펴냈다.
어느 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숨쉬는미디어교육자몽
빈빈책방
“처음에는 여자 한 명이 귀에 대고 소곤소곤하길래 ‘이게 뭐지? 내가 초능력이 생긴 건가? 텔레파시가 통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그 목소리가 커지는 거예요. 나중에는 열 명 넘는 사람들이 귀 양쪽에서 떠들어 대는 것 같았어요.”(29쪽)
「어느 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는 정신장애 당사자 6명을 인터뷰한 뒤 기록한 책이다. 이들이 태어나 자라고 발병 후 살아온 삶을 풀어냈다. 모든 인터뷰이는 당사자가 직접 만들어 가는 라디오 방송 ‘마인드라디오’에서 활동했다.
이 방송을 기획한 문화예술교육단체 ‘숨쉬는미디어교육자몽’은 정신장애 당사자들을 만나고 함께 라디오 방송을 만들면서 세상의 편견과는 사뭇 다른 그들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됐고, 이를 알리기 위해 이 책을 기획했다.
복음서의 이름 모를 사람들
장 오브룅 수사 신부/이병애 옮김
기쁜소식
복음서에는 예수님의 가족부터 열두 제자, 공생활 중에 만난 이들까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사도들의 수장 베드로, 신학자 요한 등 그 이름 하나로 이미 수많은 책이 출간된 인물이 있는가 하면 사마리아 여인의 이웃들, 세관원의 동료들,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소년, 엠마오의 주막 주인 등 이름 모를 사람들도 있다.
「복음서의 이름 모를 사람들」은 우리가 성경에서 만나는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 예수님의 여정에 잠깐, 성경의 몇 구절에 잠시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1936년 서품 후 오랫동안 수도자이자 복음을 선포하는 사제로 살았던 장 오브룅(프랑스 생 마르탱 베네딕트 수도원) 수사 신부가 문학적인 상상력을 더해 성경 속 인물들의 삶이 예수님을 만난 후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려낸다.
어디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가요
이근후·이서원/ 샘터
50년 경력의 정신과 전문의와 30년 경력의 상담 전문가가 함께 책을 펴냈다. 이화여대 명예교수인 이근후씨와 그의 제자인 나우리가족상담소 이서원(프란치스코) 소장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인생 고민을 들어왔던 두 사람은 함께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즉문즉답 형식으로 나눈 대화에서 핵심만 추렸다.
「어디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가요」라는 제목처럼 ‘자존, 관계, 위기, 욕망, 확신, 비움, 성장, 행복’ 등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할 법한 여덟 가지 주제에 대해 나눈 대화들이다. 책에는 ‘스승’과 ‘제자’로 표기되어 있지만, 결국 두 전문가의 비슷한 듯 서로 다른 경험이 실린 조언을 마주할 수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