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중 말씀의 전례에 이어 성찬의 전례가 시작될 때, 복사들은 ‘주수상’(Credence Table)으로 불리는 제대 옆 작은 탁자에서 성찬례에 필요한 거룩한 그릇들을 준비한다. 왜 준비된 제구들은 처음부터 제대 위에 있지 않을까. 또 제병의 동그란 모양은 언제부터였고, 성인들은 이 모양에 담긴 의미를 어떻게 설명할까.
미사 참례에서 마주하는 장면들과 제대 감실이나 독서대, 성반, 성작 등 보이는 것들은 눈에 익어 친숙하지만 미사 전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또 어떻게 사용되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사제나 수도자들로부터 설명을 들어도 그때뿐이다. 자세히 설명해 주는 책을 찾기도 어렵다. 전례 예식 설명서는 많지만, 실제 전례에 사용되는 것들을 다룬 내용은 드물기 때문이다.
「전례에 초대합니다」는 제1장 미사와 연관된 것, 제2장 전례복, 제3장 그 외 전례와 연관된 것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전례에 쓰이는 것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제1장 미사와 연관된 것에 가장 많은 부분이 할애됐다. 이 장에서는 ‘성당 입구’에서부터 ‘회중석’, ‘제단’, ‘빵과 포도주’ 등 32개 항목이 소개된다. 미사에 사용되는 모든 것들의 이름과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책은 ‘성당 입구’(Vestibule)에서 시작한다. 성당 입구는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성당에 온 신자들이 모이는 공간, 즉 ‘회중석’(Nave)에 이르기 전 만나는 공간이다. 여기는 신자들이 주님의 현존 앞에 나아가기 전 미사를 준비하는 곳이다. 주님을 바라보도록 놓인 신자석은 하느님께 시선을 온전히 모으도록 돕는다.
‘제단’(Sanctuary)은 사제와 봉사자들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장소다. 예전에는 ‘성소’(聖所) 라고 불렸다. 그처럼 제단은 거룩한 장소로 성당의 다른 공간과 뚜렷이 구별돼야 한다. 제단의 뿌리는 구약성경이다. 하느님께서는 백성에게 성소를 지으라고 분부하셨고, 성소 안쪽에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지성소가 있었다. 오늘날 성당에서는 제대 위가 지성소가 되는 셈이다. 때문에 성당에서 제단은 신자석이 배치된 회중석과 구분돼 있다.
이처럼 책을 읽다 보면 성당의 모든 공간이 배치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아울러 성반과 성작, 성작 수건, 주수상, 복음집처럼 전례에 쓰이는 물건들은 그 이름이 어디서 유래됐는지, 교회 역사에서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또 그 의미는 무엇인지 알려준다.
각 항목의 설명 뒤에는 관련 성경 구절이나 성인의 말도 덧붙여 그 의미를 깊게 해 준다. 다양한 사진들은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고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익숙함으로 스쳐 지나기 쉬운 교회의 물건과 공간이 지닌 역사와 상징을 알게 하면서 믿음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되새기게 한다. 전례의 풍요로움을 새롭게 느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신자 재교육용으로 유용하며 복사와 해설자, 독서자와 같은 전례 봉사자들이 전례를 이해하며 봉사하는 데에도 도움 될 수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