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수·김정수 엮음/484쪽/2만5000원/분도출판사
교부들이 해설한 중요 개념을 250여 항목 가나다순으로 분류한 선집, 「교부들의 가르침」 첫 권이 나왔다. ‘교부 문헌 주제별 선집’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총 10권으로 구성되며, 해마다 한 권씩 발행된다. 인용된 본문 규모와 분량을 볼 때, 세계 교부학회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가장 방대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약성경과 가장 가까운 시대에 살았던 교부들은 성경이라는 원천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길어냈다.
그들이 남긴 문헌 대부분은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쓴 성경 풀이라는 면에서 이 책은 성경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교부들은 문명사의 다양한 물줄기를 종합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냈고, 그 사상과 문화는 중세를 관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결국 교부 문헌은 현대 서양사상과 유럽 정신문화의 뿌리이자 그리스도교 사상의 핵심 원천인 것이다.
거기에 서양의 인간존중 사상과 인본주의 문화, 공동선과 공생의 사회적 원리를 앞세우는 전통을 낳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그리스도교 정신이 보존돼 있다.
「교부들의 가르침」은 교부들이 일군 지혜의 근원에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한국 상황에서 교회 일치와 쇄신, 그리스도인의 삶과 영성, 성직자들의 사목과 설교, 평신도의 영적 성숙에 도움이 될 중요한 그리스도교 문헌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맥락에서 교부학을 비롯한 신학 연구에 필수적인 1차 자료로서 신학 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늘날 제기되는 수많은 신학적 문제와 더불어 사회적·윤리적·실천적 문제를 올바로 평가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의 권리에 관한 내용 등 교부들의 일부 사상에는 오늘날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도 발견된다. 이에 대해 하성수(시몬) 박사는 “현대적 시선을 선명하게 유지하면서도 1500여 년 전에 살았던 이들 생각을 그들 삶의 자리에서 읽어내야 하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성효 주교(리노·수원교구 총대리)는 “교부 문헌을 총망라해서 주제별로 엮은 「교부들의 가르침」은 교회사목에 매진하는 이들뿐 아니라, 현재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일반 신앙인들에게도 자신의 신앙을 살펴보는 나침반이 되고 여유롭고 풍요로운 믿음의 삶을 맛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축사를 남겼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