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기」에서부터 「마카베오기」에 이르는 구약성경의 ‘역사서’는 권수도 많고 등장인물도 많아서 복잡하고 읽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가 많아 다채롭고 재미있지만, 묵상하기는 무척 난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맥락을 이해하고 읽어 가면, 이야기 굽이굽이에서 본받고 배워야 할 지혜가 가득하다.
최근 생활성서사의 성경 공부 교재 「여정」 중 「지혜 여정」 역사서 시리즈를 완간한 김영선 수녀(루치아·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는 “성경의 역사가들은 인간의 역사가 강대국들의 힘이나 힘센 소수 몇 사람들에 의해 펼쳐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역사는 철저히 하느님께서 주도하신다는 관점이 역사서 전체에 걸쳐 나타난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역사서는 그간 가톨릭교회 성경 공부 교재나 강좌에서 자세히 다뤄지지 않고 소홀하게 여겨진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런 이유에서 「지혜 여정」 역사서 시리즈는 성경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좋은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혜 여정」은 「여정」 교재 안에서, 더욱 깊이 있는 성경 공부를 위한 교재다.
미국 보스턴칼리지에서 구약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 수녀는 역사서가 전공이다. 그는 이번 역사서 집필에서 “성경 본문의 주해뿐만 아니라 본문 말씀에 비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역사서가 주는 교훈을 실제 삶에서 살고 체험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것은 김 수녀 개인적인 신앙 경험과도 연관이 있다. ‘말씀’으로 삶이 완전히 전환되는 체험을 하고, 그로 인해 수도 생활에 부르심을 받았던 김 수녀는 미국 유학 시절 나름의 성경 공부 방법론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또 보스턴 한인 본당 신자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함께 성경을 읽고 공부하며 말씀을 통해 삶이 변화되고 격려와 위로를 받는 모습을 목격했다.
「지혜 여정」 역사서 편에는 당시 신자들과 성경 공부를 하며 나눴던 묵상을 위한 질문 중 상당 부분이 포함돼 있는 등 김 수녀의 경험이 녹아있다.
‘가능한 한 성경에서 말하는 내용들을 모두 다룬 점’도 특징이다. “지금까지의 성경 교재들이 개론 형식을 갖추다 보니 성경 본문에 나오는 내용들을 다 다루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한 김 수녀는 “성경의 모든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다 살펴보려 신경썼다”고 들려줬다.
“성경 역사서를 읽다 보면 저절로 역사는 하느님이 주관하신다는 관점에 익숙해지면서 오늘 우리의 삶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덧붙여 김 수녀는 이번 역사서 교재에 대해 “당장 눈앞에 보이는 힘에 좌우되지 않고, 역사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역사를 이끌어 가시는 방향에 눈을 맞추면서 그에 맞갖게 선택하는 지혜를 풍부하게 발견할 수 있다”고 의미를 말했다.
내용이 어렵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아주 쉬운 말로 성경 내용들을 설명하고, 성경 이해에 필요한 배경들을 해설했다”는 김 수녀는 “독자들이 이 역사서 시리즈를 읽고 하느님 체험에서 나오는 기쁨으로 생활한다면 그것보다 더 보람된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