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 소속인 저자 안셀름 그륀 신부는 많은 이들로부터 이냐시오 영신수련 같은 ‘베네딕도 수련’은 없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여태껏 그는 없다고 답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문헌에서 새로운 실마리를 찾았다. 이냐시오 성인이 영신수련에 관한 책을 저술할 때 스페인 몬세라트 개혁 수도원장 가르시아 히메네스 데 시스네로스 아빠스가 쓴 「수련서」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이 책 요약본 「영적 수련에 관한 개요」가 널리 보급돼 있었는데, 예수회 요하네스 스타인케 신부는 이냐시오 성인이 이 요약본을 사용했던 사실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냐시오 성인은 그 책에서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 냈다. 시스네로스 아빠스 수련서는 수도승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냐시오 성인은 예수회원뿐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을 대상으로 했다.
이냐시오 성인은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선택하는 것’을 중요한 주제로 삼았다. 그리고 그 결정에 이르는 과정이 영신수련이다. 핵심 질문은 ‘하느님께서 내게 무엇을 원하시는가? 나는 어떻게 그분의 뜻을 알고 따를 수 있는가’ 였다.
시스네로스 아빠스에게는 하느님을 좀 더 깊이 체험하는 것이 초점이었다. ‘나는 하느님을 어떻게 찾고 체험할 수 있는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나만의 고유한 형상인 ‘참된 자기’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내가 건강해질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방점이 찍힌다. 그는 여기서 그리스도교 신비주의의 세 가지 길인 정화의 길, 조명의 길, 일치의 길을 말한다.
안셀름 그륀 신부는 이 내용을 토대로 현대인이 일상에서 일하며 기도할 수 있는 ‘베네딕도회 피정’을 제안한다. 성경 본문을 묵상한 뒤, 묵상거리를 제시하고 성경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수련할 수 있는 의식을 소개한다. 시스네로스 아빠스가 그의 수련에서 제안한 세 가지 길에서 출발하며 나를 정화하고 내 안의 빛을 찾아 다른 사람과 이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는 여정을 떠나 보자고 권한다.
그륀 신부는 각각의 길을 성경 본문으로 예를 들며 해석했다. 또 각 장 끝에 개인 묵상이나 수련 방법도 제시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