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전」을 쓰고 ‘스콜라 철학’을 완성한 토마스 아퀴나스(1224/1225~1274)를 그가 생전에 머물던 장소에서 새롭게 만나게 하는 책이다.
1248년 여름 토마스 아퀴나스는 당대 가장 저명한 학자였던 알베르투스 마그누스(1200?~1280)를 따라 독일 쾰른에 갔다. 파리대학 교수였던 알베르투스는 독일 최초의 도미니코회 ‘일반 학원’을 창설하기 위해 파견됐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곳에서 연구하고 교육하기에 적합한 최소한의 인원 중 한 명으로 선발된 것이었다.
이곳 쾰른에서 토마스는 알베르투스의 조교로 활동하며 집중적으로 배우고 학문적인 역량을 성장시켜 나갔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학과 깊은 관련을 맺던 알베르투스에게서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새로운 사상가들에 대한 놀라울 정도의 개방적인 정신을 물려받았다.
저자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탄생과 동시에 서양 문화의 중추적인 순간인 1248년에 초점을 맞춰 그해 쾰른에 두 사람이 도착하는 장면으로 책을 시작한다. 그리고 토마스가 어떻게 스승 알베르투스를 만나 스콜라 철학을 완서할 수 있었는지 그가 살았던 곳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살핀다.
나폴리와 파리, 쾰른, 로마, 오르비에토 등 토마스 아퀴나스의 생애에 중요한 장소를 찾아가는 저자는 관련된 각 명소의 역사적·문화적 의미와 함께 토마스 사상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을 연결해 설명해 준다. 생생한 현장 사진과 더불어 펼쳐지는 토마스 아퀴나스 이야기가 여행기를 읽듯 쉽고 지루하지 않게 그의 사상에 스며들게 한다.
토마스의 학문적 경력은 파리와 쾰른에 머무는 시기에 엄청난 성과와 심오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때 그리스도교 신학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조화시키려는 스콜라주의 운동의 핵심 인물로 성장하게 된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중세를 암흑기라 부르고 있고, 그 중심에서 활동했던 토마스 아퀴나스를 ‘매우 보수적인 학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저자는 “성인을 존경하기 위해 붙여졌던 ‘천사적 박사’, ‘가톨릭교회 최고의 스승’ 등의 명칭이 한편으로는 당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그가 얼마나 ‘진보적’인 사상가였는가를 잊어버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그는 새롭게 재발견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그리스도교 전통과 종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용한 학자였다”고 밝힌다.
책에서는 신앙과 이성을 조화시키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접근 방식에 특히 주목한다. 종종 과학적 탐구보다 종교적 신앙을 두는 당시의 지배적인 견해와 달리, 토마스는 두 가지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토마스의 영향력은 신학적 영역을 넘어 윤리적, 도덕적 철학으로 확장됐고, 수 세기 동안 서양 윤리 이론의 기본 개념으로 지속돼 왔다.
현대 철학 및 신학 논쟁에 있어서도 토마스의 저작들은 항상 중요한 주제로 등장한다. 저자는 급속한 과학적 진보와 종종 윤리적 딜레마가 수반되는 시대에 토마스의 작업은 신앙과 이성, 과학과 종교 사이 대화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제시한다.
올해는 토마스 선종 750주기이며 2025년은 탄생 8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교황청은 2023년 1월 28일부터 2025년 1월 28일까지를 ‘토마스 아퀴나스 성년’으로 선포했다.
저자는 “이번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토마스 아퀴나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데 작은 기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새롭게 활성화되는 토마스 아퀴나스 연구와 동서양 사상의 대화가 시작되는 못자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