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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 코르푸스(Ave verum cor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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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2일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이즈음 전 세계 곳곳의 성당에서는 전통적으로 성체를 모시고 행렬하는 성체거동 등 행사를 거행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주교구 풍수원성당이나 대전교구 공세리성지성당에서 거행하는 아름다운 성체거동이 유명하지요. 그리고 가톨릭신자가 많고 오랜 교회 전통이 있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폴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정말 화려하고 장엄한 성체거동과 축하 행사로 축일을 기념합니다.


오늘은 성체 성혈 대축일을 위해서 만들어진 아름다운 작품을 소개합니다. 바로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 코르푸스’(Ave verum corpus)입니다. 「가톨릭 성가」 194번에 ‘성체 안에 계신 예수’라는 우리말 번역으로 수록돼 많은 분에게 익숙한 곡이기도 합니다. 1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가사는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찬미하는 내용입니다.



모차르트는 흔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종교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경건한 가톨릭 신앙이 사회를 지배했던 18세기 중반 오스트리아, 그것도 제후 대주교가 다스리는 ‘북쪽의 로마’ 잘츠부르크에서 나고 자랐죠. 아버지로부터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신앙을 물려받았고, 가족끼리 주고받은 편지를 보면 날짜를 언급할 때도 성인들의 축일로 부를 정도였습니다. 파리에 갔을 때는 연주회를 마치고 성당에 들러 묵주기도를 바치고 숙소에 돌아갔다는 이야기도 보입니다.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부터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두루 여행하며 다양한 교회 음악을 접했고, 10대 시절부터 훌륭한 작품을 썼습니다. 하지만 빈으로 이주한 뒤에는 그럴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오페라와 피아노 협주곡에 전념하느라 그렇기도 했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그 무렵부터 요제프 2세 황제가 교회의 영향력을 누르기 위해서 700개가 넘는 수도원을 철폐하고 교회 전례와 음악에도 강한 규제를 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790년 9월에 황제가 세상을 떠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고, 때마침 모차르트는 1791년 5월에 빈 스테파노 대성당의 부악장에 취임했습니다. 무보수지만 악장이 세상을 떠나면 승계할 수 있는 직책이었지요. 만약 그해 12월에 그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교회 음악에 다시 한번 힘을 기울였을 텐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베 베룸 코르푸스’는 1791년 6월, 성체 성혈 대축일에 빈 근교 바덴에 있는 성 스테파노 성당에서 열린 예식을 위한 작품입니다. 당시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는 몸이 안 좋아서 온천 도시 바덴에 머물렀는데, 아내와 아들을 만나러 방문한 모차르트가 그곳 성당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친구였던 안톤 슈톨에게 작품을 선물했습니다. 마흔여섯 마디밖에 안 되는 짧고 단순한 곡이지만, 특유의 투명한 아름다움과 가사를 다룬 수사적인 효과가 인상적입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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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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