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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 끝에 찾은 신앙’ 대문호들이 털어놓은 인간적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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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해서 신앙을 갖지는 않았으나, 예수는 어머니처럼 온화하게 모든 걸 감싸 안으며 저와 함께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엔도 슈사쿠) “시대가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우상의 자리에 믿음을 둘 수 있어야 합니다.”(헤르만 헤세)
누구나 기쁘거나 슬플 때, 또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청할 때 하느님을 떠올리고 찾은 경험을 지니고 있다. 「나의 예수」(엔도 슈사쿠 지음/이평춘 옮김/244쪽/1만7000원/로만)「나의 믿음」(헤르만 헤세 지음/강민경 옮김/252쪽/2만 원/로만)은 여러 명저를 남긴 일본과 독일의 ‘대문호’(大文豪), 엔도 슈사쿠와 헤르만 헤세가 지녔던 믿음에 대한 고백과 생각을 살펴보게 한다.



엔도 슈사쿠의 ‘성경 이야기’ 3부작 중 마지막 이야기이기도 한 「나의 예수」는 그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앙은 있지만 방황하는 시간을 보낸 이야기로 시작된다. 사람들의 오해에 답을 줄 수 없어 답답함을 느끼는 모습,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성경에서 예수를 찾는 장면 등이 소설처럼 펼쳐진다. 그는 어머니를 따라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인이 되었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이 아니었기에, 흔들리고 의심했다. 하지만 더 종교를 파고들었다. ‘동양인이 서양의 종교를 믿어도 되는가’, ‘신이 있다면 왜 장애를 가진 아기가 태어나는 것인가 등 신앙적인 의문을 던지며 한평생 답을 찾았다.


그가 발견한 것은 따뜻하고 포용력 있는 예수였다. 이전에는 신이 사람을 엄격하게 벌하는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했던 그는 성경에서 사랑으로 사람들을 감싸는 예수를 찾은 후 신에 관한 생각을 바꾼다. 엔도 슈사쿠가 털어놓는 의문과 고민들, 성경을 기반으로 예수의 삶을 나누는 책은 신앙인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공감이 가는 것들이어서 더 쉽게 다가온다.



「나의 믿음」은 헤르만 헤세가 ‘믿음’을 주제로 쓴 글을 선별한 것이다. 헤세가 태어나서 처음 접한 종교는 그리스도교였으나 이후 인도의 사상과 종교 중국의 사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자신의 원천은 그리스도교라고 여겼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은 우선으로 마음에 새기는 계명이었다.


“저는 시대와 자신에게 절망했어도 제자리를 지킬 것이고, 혼자가 되거나 비웃음을 산다 하더라도 삶과 삶이 주는 의미에 대한 경외심을 절대 버리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하면 세상이, 혹은 삶이 더 나아지리라는 어떤 희망을 가졌기 때문은 아닙니다. 제가 신을 경외하기에, 신에게 헌신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기에 그렇습니다.”(본문 중)


책에는 헤세의 이런 생각과 이웃에 대한 사랑, 믿음에 대한 고찰이 깔려있다. 그의 종교관은 종교 생활은 물론이고 정치적 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1877년부터 1962년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며 인간이 일으킨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했지만, 그는 신과 인간을 믿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방황과 고뇌 속에 얻은 믿음에 대한 통찰이 보여지는 책이다. 평생 구도자적인 삶을 살았던 헤세가 평생에 걸쳐 탐구한 종교적 사상이 변화하는 과정도 잘 엿볼 수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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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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