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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10년 만에 개인전, 류재영 작가 ‘10년 만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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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로 사고로 최근까지 10년 동안 병원생활을 했던 류재영(타대오) 작가가 새로운 출발을 위한 계기로 전시회를 연다. 6월 19~27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2전시실에서 여는 개인전 ‘10년 만의 외출’이다. 그동안 개인전 3회,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에 작품을 출품해 왔지만, 이번 개인전은 류재영 작가에게 그 어떤 전시보다 각별하게 다가온다.


2014년 고속도로에서 차량 전복사고가 일어났다. 순간 살았다는 안도감은 오래 가지 못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병원에서 ‘천운의 사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류 작가에게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을 안겨 주었다. 작가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에 의문을 갖지만, 고통 속에서도 하루하루 살 수 있었던 중심에는 평생의 업인 그림이 자리한다는 것만큼은 뚜렷이 깨달았다.


사고 후 8년 동안 병원에서 생활하며 걷지를 못해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고, 2년 전부터 각고의 노력으로 재활을 거쳐 서서히 사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병원생활을 하면서도 그림 작업에 대한 의지만은 꺾이지 않아 병원 안에서 전시회도 했다. 이번 ‘10년 만의 외출’ 개인전은 제목 그대로 10년 만에 병원 밖에서 여는 전시다.



병원 안에서 그림 작업을 지속했기에 병원 밖 전시가 가능했다. 류 작가는 ‘10년 만의 외출’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아온 40년 인생과 20년 동안 제자들에게 그림을 가르쳤던 삶을 되돌아보았다. 인생에서 만난 사람들은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10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10년 동안 병원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의료진들은 물론 가톨릭과 불교, 개신교 성직자들, 정치인과 연예인, 어린아이들을 만났고 그들의 도움으로 병원 안에서 그림 작업과 전시를 할 수 있었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환자들도 류 작가의 그림 전시를 보며 행복해 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오랜 병원 생활에서 작가로서의 정체성를 확인한 것이 ‘10년 만의 외출’ 전시를 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이번 개인전에 선보이는 80여 점의 작품마다 사연이 다 담겨 있지만 대표작으로 선정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류 작가가 병원에 입원할 당시 읽었던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제목을 따 왔다. 처음 읽었을 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일상이었던 자신의 삶,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교통사고,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겪은 감내하기 힘든 고통, 그리고 재활의 과정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담긴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류재영 작가는 “사람이 사는 동안 유일하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답은 사랑에 있다”며 “이번 전시를 열기까지의 과정에서 하루하루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한 “나의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을 이겨낸 가족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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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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