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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굶주림…비극 속에 담아낸 신앙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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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실존주의 구상화가로 ‘파리의 천재’라 불렸던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1928~1999) 회고전 ‘천재의 빛: 광대의 그림자’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층에서 열리고 있다. 


9월 10일까지 ‘광대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라는 부제로 이어지는 회고전은 프랑스 회화 역사상 가장 찬란한 천재로 평가받았던 그의 명성대로 많은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뷔페 회고전은 문학과 신화, 종교가 저변에 흐르는 그만의 세계관을 만날 수 있는 보기 드문 전시다.


2019년에 국내에서 뷔페의 첫 전시가 열린 이후 두 번째 국내 회고전인 이번 전시는 국내에 공개된 적이 없는 수채화와 판화, 잉크 드로잉 등 1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미술 전공자들이나 미술학도, 미술계 종사자들에게는 뷔페의 작품세계를 원화를 통해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되고 있으며, 미술 애호가들도 언제 국내에서 다시 열릴지 모르는 뷔페 전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천재의 빛: 광대의 그림자’ 전시 출품작들은 아름다우면서도 황량하게 느껴지는 도시 풍경, 자화상 등 현대인의 불안과 우울, 내면의 고통을 표현하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위안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출품작 중에는 성당과 수도원을 자신만의 필치로 그린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뷔페의 개인적인 관심사에서부터 대중적인 소재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작품들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표출하면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뷔페 회고전에서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작품으로 가로 4m, 세로 2.5m에 달하는 대작 ‘단테의 지옥, 지옥에 떨어져 얼음에 갇힌 사람들’을 빼놓을 수 없다. 뷔페가 단테의 「신곡」을 깊이 묵상하고 성경에서 언급되는 지옥의 형상을 섬뜩하리만치 생생하면서도 기괴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또한 뷔페가 18세 때인 1946년에 그린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는 나무에 그린 유채화로서 ‘단테의 지옥, 지옥에 떨어져 얼음에 갇힌 사람들’과 더불어 신앙에 관한 뷔페의 고뇌와 성찰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처형당하며 받은 고통을 눈앞에서 보듯 사실적으로 표현해 보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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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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