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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팔레스트리나의 ‘너는 베드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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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6월 29일), 그리고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 얽힌 음악 작품을 소개합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은 그 역사가 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찍부터 사도들의 축일 중 가장 크게 경축했으며 특히 로마 교회에서 더욱 그랬습니다. 두 사도가 로마에서 순교했고, 로마의 주보 성인이며, 로마는 ‘교회의 반석’인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이 다스리는 도시이기 때문이지요. 


베드로 성인이 순교하고 묻힌 곳에 세워진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베드로 사도와 축일을 위한 작품이 숱하게 불린 건 당연합니다. 마태오 복음을 보면 베드로 사도의 신앙 고백에 이어 예수님께서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으로 시작되는 말씀으로 베드로에게 하늘나라 열쇠를 주십니다. 바로 이 말씀, 라틴어로는 앞 문장을 따서 ‘Tu es Petrus’라 불리는 이 구절은 교황 성좌와 대축일을 상징하는 텍스트로 수많은 작곡가에게도 영감을 줬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버드와 빅토리아부터 2010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영국 방문을 위해 곡을 쓴 존 맥밀런까지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있지만, 아마 가장 유명한 곡은 팔레스트리나의 ‘모테트’(Motet)가 아닐까 합니다. 1572년 로마에서 출판된 이 작품은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율을 바탕으로 밝고 힘찬 분위기가 두드러지며, 여섯 개의 성부가 주고받는 효과가 인상적인 걸작입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 카펠라 줄리아의 음악감독이었던 팔레스트리나가 이 작품을 썼을 무렵, 현재의 성 베드로 대성당은 한창 건축 중이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새로 설계한 돔이 거의 완성된 시점이었지요. 작품을 가만히 들어보면 큰 공간에서도 잘 들리도록 배려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거대한 돔은 1590년에 완성됐고, 1615년에는 회랑과 파사드(정면)도 완성되면서 현재 우리가 아는 성 베드로 대성당의 겉모습이 갖춰졌습니다. 그런데 1634년 베르니니가 제작한 거대한 천개가 완성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때까지 제대를 둘렀던 가림막이 철거되면서, 대성당의 광활한 공간을 채워야 했기 때문인데, 음악가들은 중앙 제대를 둘러싼 여러 곳에 임시 무대를 설치하고 합창단을 분산 배치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1646년 카펠라 줄리아의 음악감독에 취임한 오라치오 베네볼리가 선임자였던 팔레스트리나의 ‘너는 베드로이다’ 선율에 바탕을 두고 쓴 미사곡은 좋은 예입니다. 베네볼리는 네 개의 합창단을 활용해 팔레스트리나의 선율을 자유롭고 다양하게 다루며 화려한 음향을 쌓아 올렸습니다. 듣는 이를 압도하는 장엄한 음악적 건축물이자, 바로크의 개막을 알리는 걸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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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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