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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극복의 힘, 치유의 글쓰기로 희망 씨앗 틔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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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안구를 적출해야 할 수도 있으며, 산산조각 난 얼굴 뼈들은 당장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피투성이가 된 눈을 지그시 감았다. 부모님은 그저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묵주를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나는 눈부시게 빛나는 응급실 조명 아래서 의료진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신께 무사함을 비는 것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다시는 자만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저를 굽어 살펴주시길.’”(24쪽)


2022년 11월 6일은 의사 서연주(아기 예수의 데레사)씨에게 한순간에 인생이 뒤바뀌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낙마 사고로 전도유망한 의사에서 한쪽 눈이 영원히 어둠에 갇혀버린 장애인이 되었다. 진단 명은 한쪽 안구 파열과 안면부 분쇄 골절. 이후 지금까지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총 일곱 번의 수술을 받았다. 


그 과정 동안 그는 의사에서 환자로,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으로 입장이 바뀌며 이전에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의사와 환자, 병원의 현실을 체험했다. 또 장애인 등록에서부터 사회 안에서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이 마주해야 할 어려움을 느꼈다.


「씨 유 어게인」(263쪽/1만8000원/김영사)은 서씨가 한없이 나약하고 가장 고통스러웠던 그 시절,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면 충분히 받아들이고 기록해 보자는 생각으로 일기처럼 남겼던 글들이다. 출간 이유는 자신처럼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서다.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씨는 “수없이 좌절하고 다시 극복하려 애썼던 과정이 단단한 책 한 권으로 만들어지니, 아팠던 시간도 훨씬 단단하게 정리가 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고 전까지, 실패나 좌절이라는 것을 많이 해보지 못하고 살아온 그였다. 공부도 잘했고, 의사라는 좋은 직업도 가졌다. 그래서 한편 자만하고 이기적인 면도 없지 않았다.


“가족의 희생과 돌봄, 주변 분들의 많은 기도 은혜를 입고 다짐했습니다. 나중에 몸과 마음이 다 회복되면 나처럼 힘들어하는 타인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고요. 환자가 되었던 입장에서 환자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감사합니다. 시련을 통해 하느님이 주시려는 가르침이 분명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책은 멈춰있는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는 ‘치유의 글쓰기’였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그 시간 또한 삶의 귀중한 한 부분이라 생각했다. 힘든 감정들을 글로 풀어내면서 훨씬 솔직해질 수 있었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그는 “환자가 되어 구급차에 실려 오며 했던 생각들, 의료 현실 문제에 대한 나름의 소신들, ‘장애’라는 영역에 발 들여놓으며 느꼈던 심정 등 그간 경험하고 깨달은 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다양한 종류의 시련이 닥치지만, 하느님은 이를 이겨낼 힘과 무기를 항상 주신다는 것을 체험했다”는 서씨는 “책을 통해 모든 절망 속에는 희망의 씨앗이 있고, 이걸 찾아내 새로운 싹을 틔우는 것이 모두의 소명임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불행의 크기보다 헤쳐 나가는 과정이 값진 것이라 여기기에 제가 얻은 모든 희망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저의 어둠이 많은 분들께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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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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