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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샤르팡티에의 <성모 승천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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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은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우리에게는 광복절이기도 하고, 또 성모님이 한국교회의 주보 성인이시기에 더욱 뜻깊은 날입니다. 고대 이래 수많은 예술가가 성모 승천을 주제로 작품을 남겼고, 음악도 예외는 아닙니다. 


‘성모님의 음악가’라고 할 만한 토마스 루이스 데 빅토리아(Tom?s Luis de Victoria)는 성모 승천 대축일의 시간 전례를 위해 아름다운 모테트를 썼고, 그밖에 팔레스트리나와 버드, 비발디의 작품도 있습니다. 


오늘은 마르크-앙투안 샤르팡티에(Marc-Antoine Charpentier)의 <성모 승천 미사>(Missa Assumpta est Maria)를 소개합니다.


샤르팡티에는 프랑스 바로크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입니다. 1980년대부터 그의 음악이 집중적인 재조명을 받으면서 이제는 제법 널리 연주되고 녹음도 되지만, 여전히 그의 삶에 관해서는 알려진 게 많지 않습니다.



1643년 파리에서 태어난 샤르팡티에는 스무 살 무렵 이탈리아 로마로 건너가 자코모 카리시미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는 오라토리오 형식을 완성한 스승에게서 종교음악을 극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온 이후 샤르팡티에는 ‘태양왕’ 루이 14세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으며 음악계의 독재자로 군림했던 장-바티스트 륄리와는 달리 평생 주로 파리의 성당과 수도원, 특히 예수회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작품도 대부분 교회 음악입니다. 


말년에는 아름다운 고딕 건축과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한 생트샤펠(Sainte-Chapelle)에서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다 1704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샤르팡티에는 방대한 분량의 교회 음악을 남겼는데, 어느 작품이든 예민한 색채와 깊은 감정, 극적인 설득력, 그리고 프랑스 특유의 우아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습니다.


<성모 승천 미사>는 그가 쓴 열한 곡의 미사곡 중 마지막 작품이자, 가장 감동적인 작품으로 꼽힙니다. 당대 프랑스 관습에 따라 성악 파트는 여덟 명의 독창자로 이루어진 작은 앙상블과 6성부 합창의 큰 앙상블로 나뉘며, 여기에 오케스트라가 붙습니다.


원숙한 대가는 이 미사곡에서 기악과 성악, 이탈리아 양식과 프랑스 양식, 내밀한 독창-중창과 웅장한 합창, 아름다운 선율과 엄격한 대위법 사이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뤘습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성모 승천 미사>는 생트샤펠에서 거행된 특별한 전례를 위해서 만들어진 작품임은 확실합니다.


권위 있는 음악학자이자 샤르팡티에 전문가인 카트린 세작은 1702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을 초연 날짜로 추측했습니다. 웅장하면서도 지극히 섬세한 샤르팡티에의 미사곡, 특히 ‘대영광송’이 황홀하게 빛나는 생트샤펠의 스테인드글라스 아래에서 연주되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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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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