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함께 봉사하시겠어요?” 중견 바이올린 연주자인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유시연(체칠리아) 교수가 요즘 주변 음악인들에게 하는 질문이다. 유시연 교수는 올해 1월부터 ‘퓨어 앤 글로리 뮤직 프로젝트’(Pure & Glory Music Project)를 시작했다. 맑고 빛나는 음악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음악 봉사 프로그램이다.
유 교수는 50여 년 동안 바이올린 연주자로, 2000년부터는 숙명여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로 평생 음악인으로 살아왔지만, 지나온 음악 인생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위한 음악을 해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몇 년 전부터 이웃에게 봉사 연주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피아노 반주자도 있어야 하고, 음향 시설이나 조명 등도 필요하고 그에 따른 비용 마련 문제도 있어서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유 교수는 더 이상 늦추면 안 되겠다고 결심한 뒤 올해 1월 무조건 ‘퓨어 앤 글로리 뮤직 프로젝트’에 첫발을 내디뎠다. 고민 끝에 SNS에 ‘함께 음악 봉사하시겠어요?’라는 포스팅을 올리자 뜻밖에 몇몇 연주자들이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다. ‘퓨어 앤 글로리 뮤직 프로젝트’ 로고도 유 교수의 딸이 미술 전공자 특기를 살려 제작했다. 이것도 작은 봉사였다.
음악인들이 찾아가지 않으면 클래식 연주를 접하기 어려운 병원이나 요양원의 환자와 노인들에게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줬고, 성당 미사 중에도 성음악 연주 봉사를 했다. 8월 7일에는 시각장애인 재활시설인 서울 ‘새빛 바울의 집’에서 13번째 봉사 연주회를 열었다. 연주 장면을 눈으로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기에 연주음에 대한 높은 몰입도와 감동 어린 표정은 유 교수에게 더 큰 감동으로 전해졌다. 유 교수는 혼자서는 운영이 어려운 ‘퓨어 앤 글로리 뮤직 프로젝트’에 동참과 도움의 손길들이 모이는 것을 보고 ‘우주적 사랑’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너무나 감격스러웠어요. ‘새빛 바울의 집’ 봉사 연주회에는 미국 노스웨스턴 칼리지(Northwestern College)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계신 강주연 피아니스트께서 방학 동안 한국에 머물게 되면서 동참해 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피아노뿐 아니라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도 동참 의사를 전해 주셨고요. 세종문화회관 영상 책임자인 배준호 감독께서도 휴가까지 내 가며 연주회 영상 촬영을 맡아 주셨습니다.”
유 교수는 ‘퓨어 앤 글로리 뮤직 프로젝트’가 많은 음악인들의 협력 속에서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분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시간과 수고를 내어서 고통받고 있는 형제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일에 힘써 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작은 연주들이 모여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쁘겠습니다.”
유시연 교수는 10월 20일 경북 왜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10월 31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퓨어 앤 글로리 뮤직 프로젝트’ 연주회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