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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스트라델라의 오라토리오 <성 요한 세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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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인기 있는 클래식 성악곡 중에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Piet?, Signore)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흔히 알레산드로 스트라델라(Alessandro Stradella, 1639~1682)가 쓴 것으로 알려졌고, 지금도 그렇게 아는 분들이 더러 있지만, 사실은 19세기에 활동했던 벨기에 작곡가 프랑수아즈-조세프 페티스(Fran?ois-Joseph F?tis)가 쓴 작품입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남의 이름을 빌려서 가짜 작품을 발표하는 황당한 일이 종종 있었는데, 사실 지금 들어보면 전혀 초기 바로크 음악 작품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트라델라는 가짜 작품으로만 기억하기엔 너무 위대한 작곡가입니다. 주로 로마에서 활동하면서 명성을 떨쳤는데, 특히 오라토리오가 중요합니다.

 

 

오라토리오는 필립보 네리 성인이 1575년 로마에서 설립한 오라토리오회에서 이름을 따온 음악 장르로, 기도 모임 중간에 연주하는 음악극에서 출발했습니다. 의상을 갖춰 입고 연기를 하거나 무대 세트를 만들지는 않지만, 음악적으로 일종의 종교 오페라라고 할 수 있지요.


 

 

스트라델라의 오라토리오는 18세기 후반 로마의 바로크 예술을 대표하는, 극적인 박력이 충만한 걸작들입니다. 그중 현대에 가장 유명한 스트라델라의 ‘진짜’ 작품은 오라토리오 <성 요한 세례자>(San Giovanni Battista)입니다.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8월 29일)을 앞둔 지금 듣기에 적절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라르도 안살디(Girardo Ansaldi)라는 시칠리아 출신 신부님이 쓴 대본은 마르코 복음에 나오는 성 요한 세례자의 죽음을 각색하고 확장한 것으로, 요한 성인은 물론 헤로데 임금과 헤로디아,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성경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음) 등이 등장합니다.

 

 

기악 반주가 아주 간략했던 당대 오라토리오와는 달리 이례적으로 풍부한데, 바로크 시대의 중요한 기악 장르인 합주협주곡 편성을 처음으로 지시한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드라마를 다루는 스트라델라의 능숙한 솜씨입니다.

 

 

성 요한 세례자의 죽음은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는데, 스트라델라는 낭송을 그대로 음악으로 바꾼 듯한 강렬한 ‘레치타티보’(Recitativo, 오페라에서 대사를 노래하듯이 말하는 형식)로 듣는 이의 감정을 뒤흔들며, 여기에 아름다운 아리아와 합창을 적절하게 엮어 다채로움을 더했습니다.

 

 

이 오라토리오는 1675년, 성년을 맞아 로마 시민과 순례자들을 위해서 상연됐습니다. 당시 막 로마로 이주했던 젊은 아르칸젤로 코렐리도 바이올린 주자로 참여했지요. 마지막 장면에서 살로메와 헤로데는 이중창을 부릅니다. 마지막에 두 사람이 같은 단어, ‘어째서?’(Perch?)를 노래할 때 같은 단어에 실린 살로메의 기쁨과 헤로데의 슬픔이 하나로 엮이며 강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 작품을 듣다 보면 1675년 희년에 로마에 와서 이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이 느꼈을 전율을 상상하게 됩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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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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