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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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삶의 터전에 다가오신 예수님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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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펼치면 우리는 말씀의 배경이 되는 여러 ‘길’을 마주하게 된다. 광야와 마을, 들판과 나무, 포도밭과 올리브나무와 무화과나무, 배와 강과 호수, 집 등…. 마흔 개가 넘는 대목에서 예수님은 ‘집’에 들어가시거나 집 안에 계신다. 간략하게 언급되지만 큰 잔칫방, 식탁, 침상, 등과 등경, 소금과 누룩을 담는 그릇, 물동이와 포도주 항아리 등 구체적이고 세세한 것도 눈에 띈다. 그것은 삶의 모습이다.


책은 복음서의 예수님이 다니신 ‘길’과 ‘집’을 따라가며 우리의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주님 현존을 발견하고 그분을 더욱 가깝고 친밀하게 만날 수 있게 한다. 일상의 사물과 공간들, 집과 문턱 그리고 마당과 길 등이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는 계기와 배경이 되고 그것들이 우리 삶의 영역에서 의미 있는 것으로 바뀌는 체험으로 이끈다. 이를 통해 일상에서의 하느님 현존을 알아차리도록 눈을 열어주는 묵상서다.


“그분은 회당에서 나와 곧장 집으로 가신다. 예배 장소에서 곧바로 가정으로, 삶의 전례를 가장 거룩하게 거행하는 바로 그곳으로 가신다. 예수님의 권위 있는 가르침은 사람들의 삶과 고통을 짊어지는 권위로 이어진다.”(23쪽)


저자는 복음의 장면을 마치 그 속에 녹아있는 사람처럼 섬세하게 그리고 ‘새롭게’ 바라보면서, 예수님의 눈길과 제스처 또 복음서 곳곳의 표현과 행간에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초대한다. 또 여러 시인과 작가의 말을 인용하거나 많은 은유와 시적 표현을 통해,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 속 공간으로 들어가 더욱 풍요롭게 그 안에 머물도록 한다.


예수님을 조금 다른 눈으로 관찰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론키 신부는 “집 안으로 들어가고 집 밖으로 나오는 그분을 따라가 보고, 호의적인 이가 열어주는 문으로 또는 낯선 이가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가시는 그분을 따라가 보자”고 권한다. 또 “그분과 함께 식탁에 머물렀다가 아픈 이가 누워있는 방으로 올라가 보자. 부엌에도 같이 앉아 있어 보고, 매우 인간적인 몸짓으로 가족처럼 친근하게 말씀하시는 곳이면 어디든 머물러 보자”고 한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날마다의 내 삶이 녹아있는 삶의 터전, 우리 집과 일상이 하느님 숨결과 예수님 손길이 함께하는 축복의 자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책은 크게 ‘집’의 공간과 방, 부엌 등 ‘우정과 사랑의 향기 가득한’ 배경으로 나눠 예수님을 따라간다. 집에서는 예수님이 단순하고 일상적인 삶을 주의 깊게 보셨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예수님은 여인들이 밀가루를 반죽하고 바닥을 쓰는 광경을 보셨다. 예수님은 그런 삶에서 비유를 길어 내셨다. 저자는 “예수님이 바라보시듯 관심으로 우리 집을 본다면, 우리 역시 여러 가지 비유를 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주님은 주전자와 솥, 그릇, 프라이팬과 냄비 사이에 당신의 발자취를 남기신다. ‘부엌에 계신 하느님’이란 아주 가까운 곳에 계신 하느님을 뜻한다. ? 부엌에서 하느님은 손님이 아니시다. 하느님 본연의 모습으로, 봉사의 전문가로서 주인공이 되신다. 하느님은 부엌에서 마르타 곁에 계신다.”(123~124쪽)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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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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