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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과 기도로 모녀가 나란히 담아낸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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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옥희(마리아) 작가와 노경애(데레사) 작가가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모녀 전시를 연다. 


어머니 신옥희 작가는 9월 4일부터 12일까지 제2전시실에서 ‘천지미화’(天地美畵)라는 주제로, 딸 노경애 작가는 같은 날짜에 제3전시실에서 ‘토템 미화’(Totem 美畵)를 주제로 작품을 선보인다.


어머니와 딸이 한마음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내놓지만, 어머니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늘과 땅을 그려 생명의 탄생과 신앙을 표현했고, 딸은 동식물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민화(民畵)적으로 해석해 화폭에 담았다. 노 작가는 자기 작품들을 ‘토템 미화’라는 색다른 용어로 규정했다.


신 작가는 이번 전시에 엽서 크기 7점을 포함해 총 27점을 출품한다. 대표작 ‘염원’(念願) 등을 통해 표출하고자 하는 창작 의도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축복을 주시고 이웃들과 의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도 주시기를 청하는 것이다.


2022년 제6회 전국민화공모대전과 2023년 제12회 한국전통민화협회 공모전 등에서 다수 수상하며 민화 분야에서 탄탄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노 작가는 8폭 병풍을 포함해 12~15작품을 출품할 예정이다.


민화의 속성은 다양한 면에서 논의될 수 있지만 조형적인 면에서는 자유로움을, 의미적 측면에서는 기복 혹은 길상성(吉祥性)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노 작가는 궁중회화 등의 엄격한 형식이나 문인화 등에서 볼 수 있는 정형화된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필체로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멋을 창조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작가의 그림에 담긴 내용을 음미해 보면 자기에게는 물론 이웃들에게도 행복하고 좋은 일이 생기기 바라는 염원을 담아내고 있다. 어머니와 같은 날짜, 같은 장소에서 전시를 하면서도 주제와 장르를 달리하고 있지만 어머니의 대표작 ‘염원’이 표현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마음을 작품을 통해 표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노 작가가 그리고 있는 민화에서 언뜻 그리스도교 정신과의 연관성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웃에게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작품 의도를 누구나 알기 쉽게 바꾼다면 그리스도교적 ‘사랑’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민화에 전통적으로 담긴 속성인 사랑은 현대 민화 작가들에 의해 창조되는 오늘날의 민화에서도 계속 이어져야 할 덕목이며, 노 작가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노 작가가 이번 전시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은 ‘ensemble’은 마치 행복한 부부인 듯, 자매인 듯한 사슴 두 마리를 화폭에 함께 담고 있는데 작품 제목처럼 조화의 멋스러움을 진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 주제를 하늘과 땅이라는 하느님의 창조 신비 안에서 찾은 신 작가는 베드로가 예수님께 “스승님,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마르 9,5)라고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하자 “그의 말을 들어라”(마르 9,7)라는 소리가 들렸다는 성경 말씀을 깊이 묵상하면서 전시회를 준비했다.


신 작가는 “베드로의 모습에서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으로서 죽음의 십자가를 각오하기보다 그저 편안하게 살기 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며 “대접받고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고, 죽을 때까지 십자가가 아닌 영광만을 찾아 헤매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하늘과 땅의 아름다움을 그리며 추구하는 신앙인의 정신이 무엇인가를 이 말로써 대변하고 있다.


신 작가는 “우리에게는 하느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신 고유한 내면의 땅이 있기 때문에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것을 살피고, 온 정성을 바쳐 하느님을 섬길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면서 “어린이와 같은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지만 저의 그림이 전시장을 찾는 분들 모두에게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 주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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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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