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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글과 사진으로 매일 아침 ‘다른 오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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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가스파르) 시인이 ‘다른 오늘’(A NEW DAY)이라는 주제로 서울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열고 있다. 8월 30일 개막해 내년 3월 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사진전은 매일 아침 한 장의 사진과 문장으로 ‘다른 오늘’을 열어 온 박 시인의 SNS 계정 ‘박노해의 걷는 독서’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특별전이다.


20만 명의 팔로워를 지닌 계정이기도 한 ‘박노해의 걷는 독서’는 ‘햇살보다 먼저 나의 아침을 깨우는 빛나는 사진’, ‘한 권의 책보다 깊은 통찰의 한 줄’, ‘10년간 한결같이 받아온 선물’이라는 평을 들으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다른 오늘’ 사진전은 10년간 긴 울림을 준 사진 90점을 새롭게 꼽아 선보이는 전시로 라 카페 갤러리에는 박 시인의 사진을 보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분주하게 이어지고 있다.


‘다른 오늘’이라는 전시 주제에는 박 시인이 일관되게 지켜 온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1984년 출간한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이 군사정부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 부가 발간되며 한국 사회와 문단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 준 뒤 박 시인은 ‘얼굴 없는 시인’으로 회자됐다. 이후 그는 민주화운동과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다 1991년 사형을 구형받고 무기징역에 처해져 험난한 길을 걸었다. 1평 남짓한 교도소 독방에서 반듯한 자세로 앉아 독서에 힘쓰면서 시 창작과 집필에 정진했다. 수감생활 7년 6개월 만에 1998년 석방된 후 민주화운동가로 복권됐지만 국가가 주는 보상금은 받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2000년에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안락한 삶의 길을 뒤로 하고 비영리단체 ‘나눔문화’를 설립해 생명과 평화, 나눔의 사상을 실천하는 길을 걷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과거에 묶여 있지 않겠다며 언제나 ‘다른 오늘’을 살고 있는 박 시인이 온몸으로 살아 내고 사랑하고 저항해 온 일생의 정수가 녹아든 사진을 엄선한 특별한 자리다. 특히, 각 사진에는 “세계 전체가 등을 돌려도 나를 믿어 주는 단 한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사랑이면 살아지는 것이다”, “삶은 어디서나 저마다 최선을 다해 피어나는 꽃이다”, “실패 앞에 정직하게 성찰하게 하소서. 지금의 실패가 오히려 나의 길을 찾아가는 하나의 이정표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등 촌철살인 같은 문장이 영어와 한글로 적혀 있어 관객들이 놓칠 수 있는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다른 오늘’ 사진전을 알리는 포스터 속 사진 역시 이 전시회가 갖는 특별한 의미를 전하고 있다. 박 시인이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만난 한 소년은 여명이 밝아오는 푸른 아침, ‘둘라’를 메고 걸어가고 있다. 둘라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자신에게 꼭 맞게 지니고 다니는 나무 지팡이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 둘라는 양을 모는 유용한 도구도 되고 위험할 때는 든든한 무기가 되고, 지칠 때는 기대 쉬는 지팡이도 되면서 먼 길을 갈 때는 방향을 가늠하는 나침반도 된다. 우리 인생에는 저마다 자신을 지켜 주고 지탱해 줄 지팡이 하나가 필요하듯이 ‘다른 오늘’ 사진전은 어디로 길을 떠나든 각자에게 지팡이가 돼 줄 한 장의 사진과 문장을 만나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되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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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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