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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프랑시스 풀랑크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네 개의 작은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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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1~1226) 기념일입니다. 가톨릭교회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성인 중 한 분인 프란치스코 성인은 ‘가난 부인’을 모시는 청빈을 실천하면서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지금도 가난한 이들의 주보 성인으로 공경을 받습니다.


또 성인은 자연이 하느님의 모습을 반영한다는 믿음으로 태양과 달과 바람, 동물마저도 ‘형제자매’라고 불렀는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성인이 ‘취약한 이들을 돌보고 통합 생태론을 기쁘고 참되게 실천한 가장 훌륭한 모범’이라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뛰어난 예술가이기도 했습니다. 저 유명한 ‘태양의 찬가’를 비롯한 아름다운 시를 직접 지었으며, 어린 시절 트루바두르 음악에 몰두하는 등 음악적인 감수성도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성인은 제자들을 파견하면서 설교 뒤에는 ‘주님의 음유시인’(Joculatores Dei)으로서 찬가를 부르라고 명했는데, 자연스럽고 직접적인 설교와 이에 어울리는 단순한 찬가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단순한 찬가, ‘라우다’(Lauda)는 음악적으로 그레고리오 성가보다는 세속 트루바두르 음악에 가까웠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확대되고 또 다성 음악으로 바뀌거나 기악 반주가 붙는 등 조금씩 화려해졌지만 그 소박한 본질을 잃지 않았습니다.


13~14세기에 토스카나와 움브리아 지방에서 정리된 라우다 모음집이 지금도 전해지는데, 수록곡 중에는 작사·작곡가가 알려진 경우도 있고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들어보면 마치 낭송을 즉흥적으로 노래로 만든 듯한 자연스러운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근현대 작곡가 중에도 리스트, 힌데미트, 본윌리엄스, 월튼, 메시앙, 구바이둘리나 등 많은 이들이 프란치스코 성인에게서 영감을 받았거나 혹은 그의 시를 텍스트로 음악 작품을 썼습니다.


오늘은 그중 프랑시스 풀랑크(Francis Poulenc, 1899~1963)가 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네 개의 작은 기도>(Quatre petites pri?res de saint Fran?ois dAssise)를 소개합니다. 무반주 남성 합창을 위한,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풀랑크는 신앙이 깊은 가정 환경에 성장했지만, 한동안 교회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런데 1936년에 친한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충격을 받고 남프랑스의 성모 성지인 로카마두르(Rocamadour)로 순례를 다녀온 후 신앙을 회복했습니다.


그 후 로카마두르의 성모님께 바치는 <검은 성모 호칭기도>를 시작으로 많은 종교음악을 썼는데,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네 개의 작은 기도>는 1948년에 프란치스코회 수사였던 친척의 부탁을 받고 썼다고 합니다. 옛 중세 교회 음악 양식에 자신의 개성을 녹여 낸 작품으로, 샹플뢰리(Champfleury)의 프란치스코 수도원에 헌정되었고 그곳 수사들이 초연했습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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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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