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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펜데레츠키의 <폴란드 레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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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기념일입니다. 교황님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참 깊은 분이고, 로마에서도 한국 신자들을 보시면 ‘찬미 예수’라고 우리말로 인사하시곤 했지요.

 

 

얼마 전 폴란드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곳곳에서 교황님과 복자 스테판 비신스키 추기경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삼 두 분이 남긴 큰 흔적을 실감했지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예술과 스포츠에도 조예가 깊었고, 음악을 사랑했습니다. ‘음악은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 중 하나’라면서 ‘음악이나 노래는 단지 전례의 장식물이 아닙니다. 반대로, 의식과 일체를 이루며 성스러운 신비를 더 깊이 이해하고 내면화할 수 있게 해 줍니다.’라는 말씀을 남겼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작품은 지난 2020년 세상을 떠난 폴란드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폴란드 레퀴엠>(Polskie Requiem)입니다. 펜데레츠키는 20세기 서양음악사에 굵직한 자취를 남긴 작곡가로, 시간이 흐르면서 전위적인 음악부터 좀 더 전통적인 음악까지 다양한 양식과 형식을 시도했고 평생 종교음악 분야에서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폴란드 레퀴엠>은 그의 교회 음악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연주 시간도 2시간에 가깝고 네 명의 독창자와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동원되는 대곡입니다. 이 작품의 작곡은 한 번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복잡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팬데레츠키는 먼저 1980년에 1970년 그단스크 반정부 시위의 희생자들을 위해 <눈물의 날>(Lacrimosa)을 썼습니다. 눈물의 날을 뿌리로 해서 작곡가는 계속 작품을 확장했는데, 이듬해인 1981년에는 세상을 떠난 비신스키 추기경을 추모하는 뜻으로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을 썼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기억하소서>(Recordare)와 <자비로우신 예수님>(Pie Jesu)은 막시밀리안 콜베 성인의 시성식(1982)을 위해서, <진노의 날>(Dies irae)은 바르샤바 봉기(1944)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구원하소서>(Libera me)는 카틴 학살(1940)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썼지요. 1993년 <거룩하시도다>(Sanctus)를 더해 전체 레퀴엠이 완성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곡가는 2005년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듣고서 교황을 추모하는 <차코나>(Ciaccona)를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폴란드 레퀴엠>은 그야말로 20세기 폴란드 역사를 아우르며 그 희생자와 영웅들을 기리는 작품이라는 느낌인데, 펜데레츠키는 이런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서 옛 폴란드 찬가인 <성스럽고 전능하시며 영원한 주님>(?wi?ty Bo?e)의 선율을 음악적 상징으로 활용했습니다. 

 

 

음악은 펜데레츠키가 중년 이후 선보인 낭만적인 표현에 젊은 시절의 전위적인 음악 언어를 녹여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완전한’ 펜데레츠키라는 느낌입니다. 시종일관 강렬한 표현, 그리고 조국 폴란드를 향한 애국심과 가톨릭 신앙이 듣는 이를 압도하는 작품입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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