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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나를 살게 하는 또 하나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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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도예가 김소영(체칠리아·서울대교구 방학동본당) 씨는 첫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다. 대학 시절 파올로 코엘료의 책 속 주인공이 산티아고 순례를 떠나는 장면을 읽고 막연히 꿈꿨던 길이었다. 바쁜 대학 생활과 아르바이트, 직장 생활로 꿈만 꾸다가 직장을 그만두고서야 순례에 나설 수 있었다. 항공료는 밤새 도자기 액세서리를 만들어 팔아 겨우 마련했고, 나머지 경비는 순례길 동안 도자기를 팔아 충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착해서는 경비를 마련하느라 정작 중요한 체력 준비를 못 해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맛봐야 했다. 그런데도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근심을 잠시 접어두고 오로지 걷기에만 집중하면 되는 그 단순함에서 오는 즐거움을 체험했다. 너무 힘들어 매일 묵주기도를 하고 매일 성당에 들러 미사에 참례하며 하느님도 더 깊이 만났다. “하느님은 언제나 내 옆에 계시는구나, 그냥 계시는 거구나”라는 강렬한 느낌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면서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아홉 차례 다녀왔다.


그는 자주 “내게는 두 개의 심장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 심장이란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힘이다. 하나는 ‘도자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이 둘은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그의 꿈을 시들지 않게 해준다. 특히 산티아고 순례길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고인 물이 되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고 더 멀리 흐르는 원천이 되게 한다. 상당히 지쳐 있었을 때, 부정적인 생각과 불안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 주었던 길이다. 이 길을 통해 그는 어떤 것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됐고 꿈과 이상을 더욱 적극적으로, 현실로 만들게 됐다.


「나는 여전히 걸어가는 중입니다」는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젊은 청년이 생계를 위해 숱한 시련과 좌절을 마주했던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생 도자기로 먹고살기로 했지만, 작업실을 찾지 못해 4년 동안 해발 700미터 고지 강원도 산속에서 홀로 귀촌 생활을 했던 경험도 녹아있다. 이곳에서는 당연하게 누려왔던 편리함 안락함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난방도 제대로 안 돼 찬물로 세수하는 등 생활 속에서 도시의 여유로움과 바쁘게 지나치며 간과했던 많은 것들을 되찾았다.



김 씨는 앞으로도 가능하면 “매년 걸으러 가겠다”고 했다. 이유는 그저 한 줄로 얘기 하자면 ‘수행’을 위해서다. “제 유통 기한이 1년이더라구요. 좋은 것은 계속해야 좋잖아요. 운동도 꾸준히 해야 좋듯이, 산티아고 순례길은 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길이기에 계속 가는 것 같습니다.”


책은 짧은 묵상 글처럼 쉽게 읽히지만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꿈과 도전을 잃지 않는 청춘의 피땀 나는 절실함이 배어있다. 그래서 지치고 주저앉고 싶은 모두에게도 일어나라고 등을 떠미는 듯 힘을 준다.


그는 “책을 읽고 20대 청년들과 신앙인들이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에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랜 시간 신자들이 순례했던 길입니다. 그 안에 녹아있는 하느님께 대한 기도를 깨닫는 깊은 체험을 하실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꿈이라는 김소영 씨. “부엔 카미노(Buen Camino)라는 순례길 인사말처럼 함께 걷는 세상 여정에서 ‘힘내서 걸어보자’고 응원해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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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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