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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 앞에서 침묵하십시오”…성 에디트 슈타인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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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일상은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숨 가쁘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해야 할 일들과 온갖 걱정거리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일과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피로에 지친다. 잠시 시간을 내어 묵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처럼 느껴진다.


에디트 슈타인 성인(십자가의 성 데레사 베네딕타)은 이런 이들에게, 일상을 거룩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아주 잠깐이라도 침묵하며 마음 깊은 곳에 계신 하느님을 만나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했을 때 ‘그분께서 주시는 은총에 다가갈 수 있다’고 한다.


독일 유다인 집안에서 태어나 무신론자이자 철학자로 살다가 예수의 데레사 성녀 자서전을 읽고 가톨릭으로 개종했던 에디트 슈타인은 이후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했으나 게슈타포에 체포돼 아우슈비츠 수용소 가스실에서 눈을 감았다.


성인은 이런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도 여러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이 책은 그 안에서 중요 내용을 발췌한 「내적 침묵으로 향하는 길」의 개정판이다. 진리 탐구와 이웃 사랑, 인간 존재의 의미, 교회 생활, 고통과 죽음 등에 대한 통찰을 포함해서 성인의 핵심 사상이 모두 담겼다.



무엇보다 하루를 어떻게 주님의 은총 안에서 보낼 수 있는지를 성인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묵상하도록 이끈다. 매일의 삶을 통해 자기 내면을 돌아보며 영적 성장의 지혜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아닐 수 없다.


성인은 “깊은 영성, 겸손, 경청, 온유, 지혜 등의 덕목을 갖추려면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은총이 우리 안에 스며들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은 은총을 향해 우리 자신을 활짝 여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내려놓고 오로지 하느님 뜻에 자신을 내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 영혼 전체가 하느님 손안에 받아들여질 준비가 필요하다. ‘자기 비움’과 ‘침묵’은 그렇기에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각 글은 짧고 간결하다. 쉽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음에도 글 하나하나에 담긴 메시지에서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랑의 가장 내적인 본질은 ‘내어놓음’입니다.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사랑을 위해 창조하신 피조물들에게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십니다. 기도는 인간의 영이 담당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과업입니다.”(48쪽)


“나는 아무 의심도 없이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분께서 내 곁에 계시다는 것을 압니다. 이 사실은 나에게 평온함과 힘을 줍니다.”(62쪽)


성인은 ‘영원하신 하느님과 관계를 맺으며 그 관계를 굳건히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좋은 방법’에 대해 ‘매일 묵상과 영적 독서를 하고, 미사에 참례하며 신실한 신앙생활을 이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모두에게 이 방법이 유익하지 않을 수 있지만, ‘중요한 점은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최대한 실천하는 것’이다.


글을 엮은 뱅상 오캉트는 “성인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영성에 이르는 길을 알려준다”며 “그 길은 우리가 매일 ‘주님 안에서 사는 것’이며, 그분께서 우리 마음 안에 사시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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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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