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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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을 다하되 검박하게 짓자 생각”

가톨릭 공간 설계해 온 건축가 임근배(야고보) 「세상 속의 아버지 집」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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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소에서 만난 임근배 건축가. 소박하지만 하느님 흔적이 가득하다.


설계한 30여 곳 중 14곳 건축 이야기·철학 담아

한국적 정서·간결함 특징… “신앙은 삶의 바탕”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연천수도원 가장 흡족”




 

세상 속의 아버지 집 / 임근배 / 바오출판사



“아파트에 살아요.(웃음) 교회 건축을 쭉 해왔는데 부자 되게는 안 해주시더라고요. 안 해주시는 건지, 내가 관리를 잘못한 건지.”

건축가에 대한 환상일까. 그가 지은 건축물들을 보면서도 ‘실제로는 어떤 집을 짓고 살까, 일터는 어떨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서울 중구 신당동의 사무소는 평범했고, 심지어 거주지가 아파트라는 말에 이날 내린 눈처럼 서로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국내에서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 시작된 1980년대부터 K-컬처가 전 세계를 주름잡는 지금까지 반세기 가까운 시간 수많은 집을 지어온 건축가 임근배(야고보) 대표를 만났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어 (주)그림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자신이 설계한 다양한 건축물 가운데 가톨릭 건물을 추려 최근 「세상 속의 아버지 집」이라는 책을 펴냈다.

“더 돈이 되는 일을 할 수도 있지만 뭐랄까, 지향하는 거죠. 신자 입장에서 하느님의 집을 짓는다는 건 상당한 매력이자 갈망이고요. 최근에 다른 건축가와도 얘기했는데, 일반 건축물은 다 짓고 나면 설계한 사람은 못 들어가지만, 성전이나 수도원은 언제든지 가서 하느님을 만날 수도 있죠.”

그가 처음 참여한 가톨릭 건축물은 수원교구 인계동성당. 이후 30여 개의 ‘아버지 집’을 지었다. 그 가운데 이번 책에는 4개의 장에 나눠 14곳을 담았다. 광암 이벽 기념성당,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여주분원, 춘천교구 80주년 기념 가톨릭회관, 영월 상동공소 등 가톨릭이라는 큰 나무 아래 위치·성격·규모 등의 가지는 천차만별이다.

“공부를 많이 했어요. 교회 건축은 일반 건축과는 다르거든요. ‘뭐가 다른가, 나는 왜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갖고도 한참 고민했죠. 건축은 일종의 창작이고 창작자는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은 본능이 있지만, 특히 교회 건축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요. 건물 자체가 하나의 그릇이거든요. 그래서 주임 신부님이나 장상 수도자와 대화를 많이 하는데, 각각의 사정과 입장이 달라요. 굉장히 엄격한 수도회가 있는가 하면 자유로운 곳도 있고, 기본적으로 그 역사와 카리스마를 다 충족시켜야 하고요.”

건축을 의뢰한 이들, 그 건물을 이용할 사람들의 ‘니즈’에 의해 지었지만, 임 대표가 설계한 ‘아버지 집들’에서는 일관된 흐름이 보인다. 우리가 익히 아는 교회 건축물과는 다른 한국적인 정서, 그리고 간결함이다.
 
임 건축가가 설계한 성 아우구스띠노수도회 연천수도원.


“누군가에게 주문을 받는 사람은 스스로 좋아하는 걸 하면 안 돼요. 그런데 화가가 다른 사람을 그려도 자기 얼굴이 들어가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추구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우리 교리에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큰 계명이 있잖아요. 하늘에 집을 지으려면 모든 걸 다 넣어서 최고로 만들어야 되는데,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죠. 헐벗은 이웃을 내버려두고 집만 잘 지을 수 없으니까 정성을 다해 짓되 굉장히 검박하게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성당은 전례 공간이니까 전례 행위가 돋보이도록 눈길을 빼앗는 요소를 최소화했고요. 거기에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만이 느끼는 정서를 더하는 거죠.”

산이 많고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터를 잡는 데 집을 짓는 에너지의 절반을 쓴다고 한다. 책에 소개된 ‘아버지 집들’에서도 그만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 속에 자리 잡은 성당, 조금은 외딴 곳에 위치한 수도원, 한국적이면서도 이색적이고, 교회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모습에 차례차례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애정이 많이 가는 건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여주분원이에요. 건축사무소에 다닐 때 참여한 건데 수녀님이 모든 걸 맡겨주셔서 지금 봐도 잘했어요. 이 수녀원을 젊은 혈기로 작업한 거라면 성 아우구스티노수도회 연천수도원은 우여곡절 다 겪고, 욕심도 내려놓고 어느 정도 다듬어진 상태에서 작업해서인지 가장 마음에 들어요. 수사님들도 믿고 맡겨주셨고, 덕분에 가톨릭미술상 건축 부문 본상을 받기도 했어요. 성당 옆에 작은 봉안당이 있는데, 부모님도 모셨고요.”

그가 지어 올린 검박한 교회 건축에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성미술 작품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완성도를 높인다. 성 클라라 수도회 장성수도원의 옥외 ‘십자가의 길’에는 임 대표의 디자인도 새겨져 있다. 건축사무소 곳곳에도 그가 그린 그림과 다양한 성미술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

“건축가들 보면 뭐 한 가닥씩은 해요. 저도 기타도 치고 피아노도 치고, 음식도 잘해요. 경제적인 걸 고려하지 않는다면 공방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본당에서 전례초도 만드는데, 공방에서 같이 작품도 만들고 포럼도 하면 좋죠.”

기자야 속사정은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고 직접 만나본 임 대표의 모습은 그동안 그가 지은 수많은 ‘아버지 집’과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그래서 그 신앙이 더욱 궁금했다.

“믿음이라는 거는 글쎄요. 어떤 생활방식이라고 해야 되나. 어머니께 물려받았고, 그래서 젊었을 때 힘들 때도 결국 기대고 찾았던 게 하느님이었어요. 나를 어떻게 생각하시고 어떻게 하실까가 궁금했고, 그냥 삶의 바탕이 된 것 같아요. 가톨릭 건축도 하느님이 시키신 일이라 여겼고 ‘하느님도 좋아하실 거야’라고 생각은 하는데 잘 모르겠네요.(웃음)”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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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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