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분주한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니 어느덧 설 연휴다. 길게는 아흐레간의 연휴, 이제라도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새롭게 한 해를 계획하고 열어가 보면 어떨까.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골라봤다.
말씀 묵상하고 영어 공부까지
영어 성경 필사 노트 - 마태오 복음서 / 가톨릭출판사
새해 다짐이 보기 좋게 작심삼일로 끝났다면 음력설을 계기로 다시 마음을 다잡아보자. 새해 계획으로 빠지지 않는 영어를 챙기며 하느님 말씀까지 묵상할 수 있는 「영어 성경 필사 노트 - 마태오 복음서」가 출간됐다.
마태오 복음서는 “나를 따라 오너라” 하신 말씀에 바로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의 제자가 된 마태오 사도가 예수님 생애와 가르침을 기록한 복음서다. 신약 성경의 네 복음서 가운데 첫 번째로, 예수님의 족보로 시작해 구약과 신약을 연결한다. 또 예수님 가르침에 관한 격언과 교훈적 문체로 복음의 메시지를 더욱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다.
「영어 성경 필사 노트」에 수록된 영어 성경은 「New American Bible(NAB)」로, 성경 원문의 의미를 충실히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마르코·요한 복음서도 출간됐다.
고해성사, 자꾸 미루고 싶을 때
고해성사란 / 미셸 존스 슈뢰더 / 서영필 신부 옮김 / 바오로딸
고해성사는 고백·화해·참회 등 여러 이름과 의미를 가졌지만, 고해성사에 대해 신자들이 갖는 생각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꼭 봐야 하나?, 하느님은 이미 나의 마음을 아시지 않을까?’, ‘부끄럽고 두렵고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해성사란」은 고해성사에 참여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의도하신 아름다운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수년 동안 고해성사를 건너뛴 경험이 있는 미국의 평신도가 집필했다. 저자는 “고해성사가 잘못에 대한 벌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를 더 깊게 하기 위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이라며 “두려움과 당혹감, 자존심, 그리고 겸손하게 죄의 용서를 구하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장벽에 잔인할 정도로 솔직해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사제가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나중에 우습게 여기는 건 아닐까, 죄를 고백하기가 너무 창피할 수도, 고해성사를 본 지 너무 오래되어서 고백할 내용이 길고 추할 것이 걱정될 수도 있습니다. (중략) 판단은 사제들의 몫이 아닙니다. 고해성사에서 사제의 유일한 역할은 그리스도의 인격을 대신하여 사죄경을 전하는 것입니다.”(36쪽)
‘로마통’ 신부와 로마 구석구석 누비기
로마 이야기 / 전달수 신부 / 한솔
길게는 9일간의 설 연휴로 해외여행에 나서는 이가 많다. 희년을 맞아 로마에 가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면 책으로 구석구석을 누벼보자. 때마침 안동교구 원로사제 전달수 신부가 쓴 「로마 이야기」가 출간됐다. 저자는 로마에서 유학했고 교황청립 로마한인신학원장을 역임한 ‘로마통’이다. 로마시에 첫 우리말 이름인 ‘한국순교성인광장(Largo Santi Martiri Coreani)’을 조성하는 데도 애썼다. 책은 로마의 역사부터 여러 명소, 한인신학원에서의 에피소드 등 오랫동안 로마에 머문 사람만이 담을 수 있는 이야기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신부님도 사는 게 힘들다고요?
어쩌면, 삶을 견디게 하는 것들 / 방종우 신부 / 라의눈
“신부님은 행복하죠?”라는 물음에 “그럴 리가 있느냐”는 답변을 듣게 되면 어떨까. 일단 좀 난처하겠지만, 한편으로 작은 위안의 물결이 일지 모른다. 사제도 사는 게 힘들다지 않은가.
「어쩌면, 삶을 견디게 하는 것들」은 서울대교구 방종우 신부의 자전적 에세이다. 천주교 고등학교에 지원했으나 남녀공학에 입학하게 돼 하느님의 의중을 의심하던 소년이 신학교에 진학하고 로마 유학을 떠나 신학대학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저자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 모두는 힘들고,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것은 성직자든 아니든 모두에게 해당되는 진리’임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지극히 사소하지만 마음이 따스해지고 피식 웃게 되는 일상들이 삶을 견디게 해주며, 그렇게 행복에 계속 가까워지자고 말한다.
방 신부는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교 알퐁소대학원을 졸업한 뒤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장영희 교수의 다섯 가지 키워드
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 샘터
“행복은 어마어마한 가치나 위대한 성취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작은 순간들, 그러니까 무심히 건넨 한마디 말, 별생각 없이 내민 손, 은연중에 내비친 작은 미소 속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148쪽)
사람은 생을 마감해도 글은 사라지지 않는다. 고 장영희(마리아) 교수의 글이 또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삶은 작은 것들로」라는 제목처럼 책은 저자가 남긴 산문 가운데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자연·인생·당신·사랑·희망이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로 묶었다.
교수이자 번역가·수필가·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저자는 첫돌이 지나 소아마비를 앓은 후 평생 목발을 짚었으나, 누구보다 삶을 사랑하는 자세로 문학의 아름다움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2009년 지병인 암이 악화돼 57세의 나이에 눈을 감았다.
플라스틱으로 먹고 입고 살아가는 인류
플라스틱, 쓰레기 그리고 나 / 하인리히 뵐 재단 / 손어진 등 옮김 / 작은것이 아름답다
“우리가 입는 옷의 60를 폴리에스테르(플라스틱)로 만든다.”
“1950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을 보면 79억 톤 정도가 플라스틱 쓰레기가 된다. 74퍼센트는 매립지에 묻히거나 자연에 남는다.”
플라스틱이 등장한 지 100년이 훌쩍 지났다. 그 사이 도시와 농촌, 산과 바다, 지구 어디에서나 플라스틱을 발견할 수 있고, 인류는 플라스틱으로 먹고 입고 살아간다. 「플라스틱, 쓰레기 그리고 나」는 70가지 질문과 답변을 통해 너무 익숙하지만 사실상 무지한 플라스틱에 대해 알려준다. 플라스틱이 우리 일상에 오기까지 복잡하고 긴 과정, 수많은 플라스틱의 종류, 그 플라스틱이 일으킨 건강과 불평등, 기후문제를 짚어본다. 그 대안들에 대해 따져보며, 플라스틱 위기를 풀어가기 위한 진짜 해결법도 제시한다. 글자보다는 이미지와 색, 숫자로 플라스틱 위기를 경고한다.
책을 집필한 독일의 하인리히 뵐 재단은 녹색·인권·평화·성평등 정치 등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사)작은것이 아름답다는 2019년부터 이 재단의 지구환경보고서 「아틀라스」 시리즈 한국어판 출간을 진행하고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